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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Apr 28. 2021

2021-04-25 먹물이 퍼지듯

번잡한 마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노리고


탱탱. 손이 탱탱 부었다. 


공황과 무기력증에 시달린 이후 오랜만에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급체 기운이 심해서인지 하루 종일 식은땀을 내며 배를 움켜쥐고 의식을 잃었다. 


핸드폰을 볼 힘조차 없어서, 그저 가만히. 


생각을 내가 하는 것인지 그저 수동적으로 생각에 잠겨서 의식이 흐려지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결과 색감이 바뀌던 생각의 흐름들. 단어들. 감정과 마음들. 

감정을 아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 

나는 가만히, 언젠가 너 또한 감정을 알기 어렵다고 했던 우리의 마지막 대화 중 일부를 기억했다. 


사람들은 뜨거운 불에 손을 데면 '아뜨거!'하고 손을 떼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감정이 뭔지 잘 모르고 나중에서야. '아 그때 그래서 손이 뜨겁고 아팠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것일까. 


나만의 감정도 이렇게 어려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은 알 수 없는 길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할 뿐. 


나는 나의 감정의 색깔이 내가 알던, 

내가 안심하던 색에서 벗어났음을 알아차렸다고 어렴풋이 느꼈지만, 

끝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 까닭이 몸이 아파서인지, 

과거에, 혹은 알 수 없는 미래에 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렵다. 


왜 이렇게 자꾸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내가 잠에 든 것인지, 

방금 막 잠에서 깨어서 어둠에 생각을 숨긴 것인지 분간이 잘 안 가서. 


번잡한 마음은 혼자 있는 시간을 노리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대상이라면 더더욱 좋아한다. 

깨끗한 물에 검은 먹물이 퍼지듯. 빠르고 조용하게 퍼지는 잡념과 노이즈들.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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