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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Apr 29. 2021

소식

그만의 페이스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길

과학을 정말로 사랑하고, 과학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선배가 이제 더 이상 학계에 있고 싶어 하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유는 짐작이 갈듯 하면서도, 그 누가 어찌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도 이번에는 그가 그런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딜 가든, 그만의 페이스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길. 그는 진정으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아는 것을 사랑하고 그 진리의 돌멩이 하나를 위해서 성실하게 몸 바치는 사람이며, 나는 그 점을 늘 존경해왔다. 한없이 투명하고 물 흐르듯 단단했던, 과학자로서의 그.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을 그만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던 날, 연구실은 잔인하리만큼 예쁘게 따뜻한 노을을 비추고 있었다. 그 선배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랩에서 있었고, 나는 멋쩍게 인사하며 그 선배 앞에 앉자마자, 정말 아이처럼 엉- 하고 울었다. 가장 추하고 나약한 모습을 숨길 힘조차 없어서. 정말 이제는 다 끝난건가 실감도 안나서. 그때, 그저 놀라고 선한 눈으로 아무 말 없이 티슈를 뽑아주고 다독여줘서 감사했습니다. 선배님은 저보다 강하고 더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니까,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도 함께했길, 그 과정이 외롭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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