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보다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이 잘 된 콘텐츠 카피추와 와썹맨

by 한원아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


이 음악의 한 구절을 듣고 당신은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떠올렸다면 트렌드에 민감하지 못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농담이고, 이 구절의 노래는 '카피추의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다면 이별 없는 세상이겠죠'이다.

스크린샷 2019-12-05 오후 10.11.46.png 유튜브 '유병재' 채널의 <창조의 밤, 표절 제로(with 카피추)> 1부 중에서

유튜브 유병재 채널에 한 코너가 소개되었다. 이름은 <창조의 밤, 표절 제로>. 총 3부까지 업로드되었으며 현재까지 도합 약 88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19. 12. 05 기준)

처음 보자마자 너무 재밌고 웃겨서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굉장히 즐거워했다. (여담이지만 내 주위의 여성분들보다 남성분들에게 반응이 더 좋았다)

댓글을 보면 "카피추 캐릭터가 너무 재밌다", "천재 같다" 등등 카피추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정말 카피추는 천재라서 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줬을까?



카피추는 이미 있었다

카피추는 이미 6년 전(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있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2013년 게시글

유튜브에 '카피추', '추대엽' 등을 검색하면 카피추의 옛 활동들을 볼 수 있다. 일명 성지순례가 시작되고 있는 것. 심지어 카피추의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다면 이별 없는 세상이겠죠>는 2013년에 만든 노래(어쩌면 더 오래전)이며 그 당시 라디오 또는 기타 방송에서 불렀다.

뿐만 아니라 추대엽이 등장하는 방송의 거의 대부분은 이런 형식의 콘텐츠이다. 통기타 한대와 노래를 재밌게 비틀어서 부르는 형태. (코빅에서도 추태원이라는 캐릭터로 했음)

심지어 그 당시에도 해당 콘텐츠의 반응은 (옆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왜 우린 몰랐을까? 아니, 알았더라도 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플랫폼과 기획 위에 올라탄 캐릭터

2019년 10월, 유튜브 채널 <유병재>의 유병재는 한 코너를 가지고 온다. 이미 뛰어난 컨셉과 콘텐츠로 팬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주는 유병재는 또 어떤 재미와 공감을 줄 수 있을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진지한 표정에 유병재 특유의 TMI가 시작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클리셰가 등장한다(나는 무한도전의 행쇼가 생각났다). 산속에만 살아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르고 통기타 하나로 곡을 쓰고 향유한다는 카피추 등판. 노래가 시작되고 모니터 밖으로 스텝들의 웃음소리가 하나둘씩 삐져나온다. 유병재 특유의 웃음 참기가 시작되고 그는 절대 "이거 OO 아니에요?",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데!" 같은 오바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피추를 존중하는 듯하다(무도의 행쇼와 다른 노선으로 가는 것).


이미 대한민국에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에서, 재밌는 콘텐츠로 팬들을 자극하는 유병재 채널에서, 산속에서만 사는 싱어송라이터 카피추가 표절 같지만 표절 같지 않은 노래를 부름으로써 하나의 콘텐츠가 탄생한다. 거기에 유병재의 침착함과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는 표정, 그리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화면 밖의 스텝들의 웃음소리는 아주 적절한 양념이 된다. 그렇게 캐릭터는 완성된다.



와썹맨과 스튜디오 룰루랄라

스크린샷 2019-12-06 오전 1.37.46.png 유튜브 채널 <와썹맨>. 구독자는 229만 명이다. (19. 12. 05 기준)

예전에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와썹맨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팀 리더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거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2가지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1. 와썹맨은 채널을 만들기 전에 이미 있었다
2. 와썹맨은 일주일에 1개밖에 못 만든다

이었다.


1. 와썹맨은 채널을 만들기 전에 이미 있었다

와썹맨이라는 캐릭터의 탄생은 JTBC의 예능 <사서고생>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는 와썹맨이 아니라 '왓써맨'이었고 GOD 박준형의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박준형이 나오는 부분만 클립으로 편집하여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에 한 코너로 올렸다고 한다. 그 당시의 반응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렇게 좋진 않았다고 한다.

팀 리더가 말하기를 이 왓써맨이라는 콘텐츠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릴 것 같은 조짐이 보여서 새로 왓써맨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굉장히 반대가 심했다고. 설득 끝에 왓써맨을 와썹맨이라고 바꾸고 현재는 229만 명이 구독하는 빅 채널이 되었다.

와썹맨이라는 캐릭터와 그 만의 채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동과 말투가 잘 어울리는 길거리 콘텐츠까지. 이렇게 기획을 거쳐 콘텐츠는 완성된다.


2. 와썹맨은 일주일에 1개밖에 못 만든다

실제로 와썹맨 콘텐츠를 일주일에 1개를 초과하여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단지 와썹맨이 재미있어서 뜬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와썹맨의 편집자가 몇 명인 줄 아는가? 사실 나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까먹었다. 하지만 굉장히 많았다. 10분 내외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투입되며 자막 하나하나에도 다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웃을지, 이 상황에서는 어떤 문구를 써야 할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편집한다고 한다.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잘 기획한 그릇에 박준형이라는 캐릭터가 잘 담겼기 때문에 와썹맨은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캐릭터는 상관없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캐릭터 그 자체의 고유성, 유니크함, 재미성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질문 하나 해보겠다. 당신에게 추대엽라는 캐릭터를, 박준형이라는 캐릭터를 줄 테니 영상을 찍든, 편집을 하든, 기획을 해보아라고 했을 때, 자신 있는가. 카피추를 만들 수 있는가? 와썹맨을 만들 수 있는가? 난 자신 없다.

캐릭터 이전에 잘 갖추어진 기획이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캐릭터는 빛을 보게 된다. 어쩌면 카피추라는 캐릭터를, 와썹맨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기획의 일부라 할 수 있겠다. 코빅에서 추태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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