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시절
4. 잠시 집을 비운다.
악보를 가져갈까? 놓고 갈까?
멀찍이 서서 피아노를 바라본다.
빈 집에 혼자 남아있을 피아노, 나 같다.
“ 너무 외로워하지 마”
나에게 내가 말해준다.
악보를 가져가도 피아노를 칠 데가 없다.
서울에 간다.
일과 인연이 기다린다.
“혹시 악보를 가져가면 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우연히 피아노가 있는 곳을 방문할지도 모른다.
호텔 한 구석에 놓인 피아노를 마주친다. 피아노를 향해 간다.
감히 앉는다.
가운데 도 건반 앞에 중심을 맞춘다.
악보를 거취 한다.
겁도 없이.
실력이 미달이다. 깜이 안 된다.
내 피아노 멜로디를 다른 사람이 듣게 하는 것은 죄악이다.
‘험한 실력의 피아노 멜로디를 남에게 듣게 하다.’
지옥에 가야 할 7가지 죄악에 이 죄를 추가한다.
마이클(미카엘) 천사의 손으로 귀싸대기 맞을 짓이다.
골든 베르크 협주곡 악보.
유튜브 검색어를 넣으면 수 십 가지가 올라온다.
은총을 내리 사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말고도 오만 가지다.
“악보를 보면서 연주 듣고, 연주 들으면서 악보 보고 하는 것도 훈련이야”
피아노 요정이 파르르 떤다.
피아노 연주 부위와 악보의 위치를 일치시키면서 알아보는 것이 버겁다.
음악초보의 한계.
피아노가 달린다. 악보를 보지만 어디인지 헤맨다.
길을 잃은 것 같다.
서울에 오면 길 잃고 헤매는 기분이다.
20년 넘게 산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귀향한 지 2년 차.
서울 집은 이제 여동생이 산다.
귀농한 곳은 딸기가 익어가는 곳.
겨울은 한창 딸기가 나는 철.
추위가 깊으면 딸기 맛이 절정이다.
여동생에게 모친의 딸기를 전하는 것도 이번 서울행 임무다.
여러 해 동안 내 피아노 시절을 함께한 디지털 88 건반이 여동생 집에 있다. 앉는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 악보가 놓여 있다. 4등분 된 악보 마지막 장을 친다.
플랫(b)이 네 개 붙었다.
“시, 미, 라, 레. 시, 미, 라, 레. “
맘속으로 암송하면 한 마디 한 마디 나아간다.
88 디지털 건반은 이제 별로다. 건반을 눌렀을 때 해머가 현을 때리는 액션이 없다.
피아노 f (포르테, 강하게)의 박력이 없다. 여기서 치느니 두고 오길 잘했다.
나 없이 혼자일 빈집의 피아노.
“금세 가니까 기다려 “
서울에 오자마자 집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하루 이틀은 더 있어야 한다.
딸기 배달이 아직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