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al의 클래식 정복기

피아노 시절

by Oneal Song

5. 광화문 연가

같은 하우스 농가라도 작물에 따라 계절이 다르다.

딸기 농부는 겨울이 가을 수확기처럼 농번기다.

매일 딸기 따느라 새벽에 잠을 못 잔다.

상추는 추우면 생장이 늦어진다.

출하량이 줄어드는 탓에 상추 농부는 정말 농한기 같은 겨울을 보낸다.

바쁜 건 이따금 상추 따는 외국인 노동자뿐이다.

인삼을 키우는 인삼 농은 딱히 농번기가 없지만 인삼을 심은 첫해의 초봄은 농번기다.

심은 인삼에 집을 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귀농 이 년 차 인삼 농은 지난 가을에 새 인삼을 두 군데나 심었다.

초봄이 오기까지 발을 동동거린 인삼 농부는 날이 좀 풀리자마자 밭으로 나간다.

-6도에서 일을 시작해서 오후 강한 햇살 아래 7도까지 오른 온도 밑에서도 일을 한다.

큰 일교차와 찬바람에 노동은 배로 힘이 든다.


서울행 딸기 배달의 기억을 위안 삼는다.

그리움은 기억을 타고 거꾸로 흐른다.

도시에 눈이 내렸다. 빌딩 사이로 강풍이 불어 내리는 눈을 휘날리게 했다.

숙소에서 내려본 조계사는 지붕이 새하얗게 예뻤다.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눈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와 내게 들렸다.

두 번째 딸기는 숙소에서 다 먹어 치웠다.

쌓인 눈. 빨간 딸기. 풍경과 맛의 기억은 흙이 묻어 무거워진 장화를 위로한다.

숙소에서 나온 시간은 저녁 8시. 이제 나도 내 연인도 각자 집으로 갈 시간.

밤새 내린 눈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내렸다. 눈 사이 강풍이 불었고 온도는╶11도. 걷다 보면 살이 얼어붙어 죽을 것 같이 차가웠었다.

미련이 남아 카페에 갔었다.

카베친구. 드립 커피를 파는 곳. 나는 비엔나커피를 시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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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있다.

노동에 시달린 몸이 앞으로 구겨진다. 잠이 올 것 같다.

기억 중에 가장 강한 기억은 맛에 대한 기억이다.

달콤한 비엔나커피의 기억이 난다.

너무나 달콤했던 맛.

기억을 힘 삼아 피아노로 간다.

128마디를 연속 치기!

오! 비엔나커피!

비엔나커피 맛이 건반을 타고 입속에 침을 고이게 한다.

비엔나커피의 유래를 설명했지!

“나 이 변주곡 말고 가끔 쇼팽의 녹턴 2번이나 드뷔시의 달빛도 쳐보고 싶어요. "

피아노 요정에게 말을 건다.

답이 없다!

잠이 든 건지 그냥 하던 거나 잘하라는 건지!

자꾸 틀린다! 며칠 연습을 안 한 탓이다!

낮에 인삼밭을 꾸리고 밤에는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한다.

할 수 있을까? 해야 한다.

내일부터는 새 악장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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