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시절
10. 호우 시절-멀리서 친구가 찾아온다. No.1
너무 벼농사 이야기가 많았다.
피아노 시절은 어느 아마추어 피아노 교습생의 수기다.
어려서는 배운 적 없고 40대 후반에 난생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중년의 고해성사다.
‘피아노 치기가 너무 어려워요’라는 고해성사.
피아노도 체력이 필요하다.
20분 이상 치면 힘들다.
원인은 내가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치기 때문이다.
“힘을 빼고 쳐야 됩니다.”
피아노 요정이 아무리 말해도 힘이 빠지지 않는다.
어찌나 힘을 주는지 어깨가 아프다.
피아노를 치면서 나 스스로 나를 알게 된다.
나라는 사람, 얼마나 경직된 사람이란 말인가.
대응책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다시 피아노’라는 책이다.
아마추어가 쇼팽의 <발라드 1>을 연주하는 과정을 다뤘다.
주인공은 잘 나가는 사람이다.
(여기부터는 질투다. 나란 사람 얼마나 경직된 사람이며 얼마나 질투가 심한 사람인가)
그는 영국 사람이다. 가디언지의 편집국장이다.
그는 여섯 살에 합창단, 여덟 살에 피아노, 열 살에는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열여섯까지 피아노를 배웠다.
(그도 성인이 되어서는 피아노 배우기를 멈춘 것을 후회했다. 나는 안 배운 것을 후회했다. 그는 16세에 스스로 포기했다. 나는 시골이어서 피아노를 배울 수가 없었다. 피아노를 배운 것은 7살이나 어린 여동생이었다.)
그러나 그가 고맙다. 나는 이 책에서 많은 위안과 힌트를 얻는다.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배운다.
녹턴 OP.9의 NO.2는 총 3페이지. 34마디 악보다.
2페이지 24마디까지 레슨이 끝났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한 개의 아리아와 30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는 아리아를 앞뒤로 반복한다.
공연은 32개의 악보를 치는 긴 연주다.
역시 골 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연주 도전은 무모한 것이었다.
쇼팽 녹턴 34마디 악보는 짧게 느껴진다.
연주 시간도 골 드베르크 변주곡은 51분 20초(글렌 굴드 버전)이고 녹턴 작품번호 9에 2번은
5분 25초(임윤찬 버전)다.
진도를 나갈수록 생각이 변한다.
34마디 쇼팽의 녹턴도 바흐 변주곡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쳐야 할 것임을 알게 되었다.
녹턴은 3페이지 악보 중 2페이지가 끝났고 변주곡은 아리아에서 변주 2번까지 3곡의 레슨이 끝났지만, 왠지 멈춰 선 기분이다.
'대본을 분석하듯 악보도 분석해야 한다.'
'잘게 쪼개고 또 쪼개고 느리게 더 느리게 외손 따로 오른손 따로'
이 두 문장이 현재 나에게 필요한 방법이다.
악보를 본다.
치기 위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본다.
반복되는 부분은 어딘지, 반복이지만 살짝 변화된 것은 무엇인지, 꼼꼼히 악보를 읽는다.
분석한다.
공연 대본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게 한때 내 직업이었다.
악보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게 치는 행위에 도움이 되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무엇이든 해 봐야 이 정체 구간을 뚫고 갈 수 있다.
쪼개서 느리게 치고 왼손 오른손 따로.
이 연습법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방법이다.
너무 지루하고 지루하다.
이제는 싫어도 해야 한다.
싫다고 도망가서 진짜 실패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싫어도 해야 다음이 있다.
피아노를 계속 치고 싶으면 싫은 것도 해야 한다.
피아노랑 연애하는 것 같다.
’ 피아노는 떠나지 않을 거야.
기계에서 영혼까지 치는 시간만큼
그 곡의 깊은 내면까지
그 깊은 곳의 슬픔까지
눈물의 흔적까지
공유되는 행위‘
혼자 일기에 문장을 끄적인다.
클라라에게 연주회 초대 카톡이 왔다.
다음 주에는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간다.
호우 시절-멀리서 친구가 찾아온다. No.1
길어서 두 개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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