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시절
12. 페달링 두 번째 이야기- 휴가 가고 싶다.
산채로 논바닥에 묻힐 뻔했다.
기계와 같이 묻혀 기계는 고스란히 남고 내 몸뚱이는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이 논은 내 몸의 살과 피로 10년 동안 풍년이 들 것이다.
이삭거름은 이삭 패라고 주는 거름이다.
이삭이 내 살과 피로 팝콘처럼 피어오를 뻔했다.
이틀 동안 거름 주고 온몸에 알이 배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93세 임리 할아버지가 집으로 전화했다.
논 손주(나를 가리킨다) 병 안 났냐고 고기 먹이라고 했단다.
벼가 가득 심어진 논.
벼를 헤치면 기계를 매고 걷는 일은 정말 고된 일이었다.
‘이래서 돈 주고 농협에 맡기는구나!’
철 지난 비 탓이다.
논에 물만 빠져있어도 덜 힘들었을 일이다.
이놈의 기후.
클라라에게 밟힌 발이 이삭거름 후유증으로 아프다.
페달을 밟을 때 예상보다 더 깊고 세게 밟아야 한다.
클라라는 그걸 알려주려고 발 위에 발을 올린다.
나는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고개와 목을 흔든다.
춤을 추듯이.
“머리. 흔들지 말고 목 잡고”
그녀가 외친다.
놀라서 몸이 움츠러든다.
클라라는 내 등도 후려칠 기백이 있는 사람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다.‘
한때 대 유행이었다.
(이 책 알면 옛날 사람)
주인공이 늙은 할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장면이 있다.
피아노 선생님은 그렇게 늙은 마녀 같은 느낌이 있는 줄 알았다.
헨젤과 그레텔을 구워 먹으려던 마녀.
다행이다. 클라라가 그런 이미지의 선생님이 아니라서.
“좋은 선생님이야.”
등짝 스매싱 당할 것 같다는 내 말에 피아노 요정이 한 말이다.
피아노 배우는 게 재미있다.
인연은 복이다.
내가 겨우 귀농해서 인연에 복이 드는 것 같다.
93세 임리 할아버지
70세 농부 형님.
클라라.
선풍기 날개에 살이 베었다.
조금인 줄 알았는데 상처가 깊다.
설레발이 처서 그렇다.
한동안 레슨 불가.
인삼밭에 풀 매러 갔다가 벌에 쏘였다.
턱에 한 방 가슴에 두 방.
등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이 쏘였다.
설레발 처서 더 쏘였다. 가만히 있으면 안 쏘이는데 놀래 발버둥 치고 도망가느라 더 쏘였다.
등이 벌집이 된 것은 도망가는 날 벌이 쫓아와 서다.
저도 나도 놀라 지랄을 했다.
죽을 뻔했다.
다들 설레발친 나를 비웃었지만 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알레르기가 안 일어나서 구급차는 면했다.
말벌류 중 약한 종이었나 보다.
농사꾼 중에도 벌 알레르기 있는 분이 많다.
더 두 말고 한 방이며 바로 응급실행이다.
나는 이렇게 많이 쏘였으니, 구급차에서 전사했을 수도 있다.
몸이 상한다.
매사 조심 해야 한다.
시골살이는 자꾸 몸에 생채기를 낸다.
조심.
이 동네 누구도 가지 않는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동네에 소문날 일이다.
농사꾼이 한여름에 휴가라니.
나는 간다.
농부도 여름휴가 가자.
논과 밭은 맡겨 두고.
세토우치가 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