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3박 4일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일주일도 모자랄 것 정도로 더 다양한 문화가 감성이 존재하는 도쿄였다.
3일차, 우에노와 아사쿠사 구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준비해서 전철을 타고 카야바 커피를 갔다. 우리는 72시간 교통패스를 사용했는데, 목적지까지 가려면 JR노선이 가장 빨라서 이 때만 따로 티켓을 끊었다.
전 날 봤던 도쿄와는 다르게 한적함이 묻어나는 동네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 또 다른 도쿄
와중에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올 법한 풍경이 있어서 갑자기 bgm 장착하고 상황극도 하고ㅋㅋㅋㅋㅋ
일본가옥을 보며 걷는 재미도 있었다.
* 뚜 뚜루 루루루루~ 스~즈메?!
15분 정도 걸어서 카야바 커피에 도착을 했다.
딱 봐도 외관부터 예스러움이 느껴지는데,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운영되는 전통 있는 카페라고 한다. 1층에는 입식 테이블이, 2층에는 다다미방으로 좌식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우리는 사전에 2층으로 예약을 하고 바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이 다소 험난하니 조심조심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 since 1938의 위엄
* 왼쪽부터 1층, 계단, 2층
8시부터 11시까지는 아침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서, 우리는 가장 유명한 타마고 샌드위치와 말차라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토마토 스프와 샐러드까지 양이 꽤 많다.
* 1인분의 타마도 샌드위치랍니다.
맛있게 먹고 평온한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목적지인 도쿄도미술관을 갔다.
카야바 커피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우에노공원이 보이고, 그 안에 도쿄도미술관이 뿅하고 나온다. 이 때 예히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린 나...*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도쿄에는 미술관이 많아서 올 때마다 한 번은 꼭 들리는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일본 중 도쿄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이번에 도쿄도미술관에서 마티스전이 열린다고 해서 이 곳을 오게되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겠지 했는데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아서 한 번 놀라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노트에 직접 적어가며 배우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한국어가 없어서 모든 그림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마티스의 많은 작품을 관람한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고 색감을 입히고, 생애 마지막까지 색종이를 붙여가며 작품을 만들었던 열정이 새삼 더 대단하다 느껴졌다.
* 색채의 마술사
엽서와 마그넷까지 구매하고 나와서 바로 옆에 있던 우에노 동물원을 갔다. 입장료는 600엔, 규모에 비해 꽤나 저렴했다.
* 진짜 미술관 바로 옆에 있던 동물원
급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넓어서 강제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된 우리...ㅎ
원숭이부터 프레리독, 북극곰, 물범, 호랑이, 고릴라, 아프리카 새, 황새 등등 동물들이 꽤 많아서 우와~!!! 하면서 계속 봤다. 판다도 있었는데, 줄이 엄청 길어서 패스!
* 즐거운 어른이와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
걷다가 지칠 찰나에 출구를 발견하고 미련 없이 나와, 아사쿠사 센소지를 갔다. 가운데에 향을 피우는데, 냄새가 어마어마하다. 향로에서 아픈 부위를 씻어낼 수(?) 있다고 한다.
센소지에 왔으니, 운세도 뽑아보았다. 결과는 길!
화월당에서 메론빵을 꼭 사고 싶었는데, 이미 품절이었다ㅠㅠ
* 아사쿠사 센소지, 30분 컷
센소지에 있는 벤치에서 앉아서 더위를 식히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스카이트리를 보러 갔다.
오후 6시 30분, 공교롭게 일몰시간과 딱 맞을 거 같아서 기대감을 갖고 올라갔는데, 정말로 해가 막 내려오고 있었다. 강물에 비추는 햇빛과 도쿄의 전경이 찰떡이랄까.
한 바퀴를 돌아보고 가장 좋았던 우리만의 명당에 자리를 잡아 바깥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 스카이트리에서 보는 도쿄의 일몰시간
영화 ‘남은 인생 10년’에서 여주인공이 스카이트리를 꼭 오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왔다며ㅋㅋㅋㅋ 그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도 좋았다.
* 카메라로 담기지 않는 이 풍경 직접 봐야해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핑크빛과 주황빛으로 물든 도쿄 하늘이 예뻐서 또 한 컷 찍고 감상타임을 가졌다.
* 타이밍이 가져다 준 선물
시부야스카이, 스카이트리 덕분에 전망대를 좋아하는 우리의 취향을 파악하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는데, 일본 스티커사진 찍는 곳이 딱 있었다.
안 그래도 도쿄에서 꼭 찍고 싶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직진했다. 모를 땐 무조건 센터에 있는 걸로 찍는거지!!
결과물을 본 우리는 빠질 뻔한 배꼽을 겨우 붙잡았다ㅋㅋㅋㅋ 와중에 일본느낌 충만하게 꾸미기까지 완료한 우리 스고이...*
* 결과물은 차마.. 못올..리겠...ㅎ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도쿄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신바시역으로 돌아와 로컬 이자카야 맛집을 찾아 헤맸다.
블로그로 2-3곳을 찾아보았는데 걷다가 우연히 ‘야키톤마코짱’을 발견해서 이 곳으로 가기로 결정!
안에 들어가니 넥타이 부대 직장인들로 가득했고 진짜 시끄러웠다. 정신이 혼미해서 나갈까 싶다가.. 괜히 민폐이겠다 싶어, 번역기 돌려가며 겨우 메뉴를 결정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바깥에 자리가 나서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 이 야외석에서 도쿄의 밤을 온전히 느끼며 모둠꼬치와 나마비루, 하이볼을 시키고 추가로 교자만두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 우리가 생각한 그 분위기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낸 후, 부랴부랴 긴다코 타코야끼를 포장하러 갔다.
전 날에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재방문했다. 타코야끼를 건네받고 맛있어서 또 왔다고 수줍게 번역기를 보여주는 귀여운 예힠ㅋㅋㅋㅋ
호텔에 들어와 타코야끼, 캔맥주, 하이볼캔을 마시며 도쿄타워 야경을 눈에 담았다.
* 불 꺼지는 도쿄타워, 마지막 밤
다음 날, 일찍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리타액세스 시간이 맞지 않아서 또 우당탕탕을 시전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구역이 또 2개로 나눠져 있었다. 터미널은 같은데 윙이 2개라나,, 아직도 이해는 안 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북쪽 구역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내려가서 울기 직전에 겨우 출국수속을 마쳤다..ㅎ
무사히 로이스 감자칩도 사고 삼각김밥도 먹었다. 와중에 자판기 물을 사려는데 3번 만에 겨우 카드결제 성공했다.. 휴 쉽지 않은 도쿄 자판기다...
아무튼 비행기도 잘 타서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자고 일어나니 인천에 도착했다.
* 미련없이 떠났으나, 미련이 남았던 도쿄여행
[2023년 6월 18일-6월 21일, 도쿄여행을 마무리하며]
우당탕탕으로 시작해서 우당탕탕으로 끝낸 도쿄 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이래서 고생은 추억과 비례한다고 하는 건가 보다.
3년여 만에 간 첫 여행지가 도쿄라 더욱 좋았고, 적당한 계획과 즉흥이 공존해서 즐거움이 컸던 여행이었다.
또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적당한 거리감과 친절함, 아날로그가 적절히 뒤섞인 특유의 감성을 체감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들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어 더 의미가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