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명랑한 은둔자
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
적절한 균형을 지키지 못하면, 삶이 약간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TV 등장인물들을 현실의 사람들처럼 생각하게 되고,
집에 들어온 파리가 친구 삼을 만한 상대로 느껴지고,
남들은 더없이 일상적인 일로 생각하는 작은 사건들이(집에 손님이 온다거나, 추리닝 바지보다 더 점잖은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라거나)
기이하고 불가해한 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P.48)
우정은 때로 아주 실질적이고 긴요한 것이지만,
여러 관계들 중에서 가장 일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마모는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변하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간다. (P.96)
사건을 기록하는 행위,
내게 벌어진 일과 그에 대한 내 감정을 세부적으로 적어서 활자로 고정해두는 행위가 내게는 늘 유용했다.
그것은 꽃을 책에 끼워서 압화를 간직하는 일,
혹은 추억의 기념품을 특별한 상자에 보관하는 일과도 좀 비슷하다.
일단 세부를 보존해두면,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을 덜고서 다른 일로 삶을 채우며 나아갈 수 있다.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