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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론 Feb 13. 2024

인간의 본능, 인간적 본성

독후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2



사람은 누구나 다른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지.
이전에는 종교니 뭐니 하는 터무니없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반드시 필요하단 말이야.
제아무리 용기가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란 본디 외로운 존재니까. (1권 176-177)

노인이 카빈총을 한 손에 들고 그를 향해 달려왔다.
"실수하지 않았어. 죽일 수밖에 없었어." 그가 소리쳤다.
로버트 조던은 다리 한복판에 꿇어앉아 배낭을 열면서
눈물이 안셀모의 뺨을 타고 내려 반백의 수염에 흘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2권 337)

싸움터에서는 언제나 자아를 잊어버려야 하거든.
그런 곳에서는 자아란 있을 수 없어.
너 자신이 있는 곳에 오직 패배만 있을 뿐이지. (2권 P.359)

이념적 대립으로 인한 전쟁이 전 지구를 뒤덮었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또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채로 아직까지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 때문이었을까? 20세기 초엽에 발발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더욱더 연민 어린 애착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대단히 중요한 이유 때문에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선택'되어 전쟁터로 끌려간 이들. 이처럼 누구는 전쟁을 선택하고, 또 다른 누구는 별다른 선택지도 없이 전쟁에 내던져진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굉음을 내며 터질 줄 모르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이들의 인격은 소멸된다. 한때 인격이 머물렀던 자리는 분노, 과민, 불신 등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요소들로 채워진다.


그렇다면 전쟁 속에서의 인간은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기계로 전락해 버리는 것일까? 케바(천만에). 총소리가 잠시 멎고, 폭탄이 터진 자리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를 때가 되면, 생존적인 본능을 챙기느라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본능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또 다른 인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등, 전쟁통에서도 양심과 사랑은 작지만 분명하게 그 빛을 발했다. 생존본능에 잠식되어 자신이 인간임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인간 고유의 고결한 본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전쟁이라는 처절한 환경 속에 던져져 있었기에 그 고결한 본능이 생존본능보다 앞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위협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기에 그 '인간다운' 본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누군가가 전쟁이나 궁지에 내몰려 생존본능과 인간 고유의 본능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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