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Feb 01. 2022

청춘 그 쓸쓸함에



담배 연기 가득한 카페의 한구석에 앉아 DJ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LP판에서 흐르는 주옥같은 노래를 들으며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치열한 삶을 위로하던 나의 7080세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음악에 귀를 쫑긋거리며 매일매일 낯익게 들어오던 이종환, 소수옥의 흉내 낼 수 없는 가을 짙은 목소리, 이제 귓전에 맴도는 메아리가 되었을까. 밤을 잊은 그대에게 황인용의 다정다감한 목소리, 김기덕의 생기 넘치는 2시의 데이트, FM 방송에서 쏟아지는 김광한의 팝 소개와 곁들어지는 화려한 멘트는 이제 K팝에 묻혀 초라한 과거가 된 걸까. 거칠게 건너온 삶의 길목을 더듬다가 가슴속에 흐르는 진한 추억 앞에서 뜨거웠던 청춘을 그리워하며 몸이 파르르 반응한다.


오늘도 흰 머리 위에 햇살이 부윰히 깔리고 한세월 건너온 인생이 한 권의 앨범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배고픈 삶과 피 끓는 젊음, 화려한 청춘이 심장 속에 아직도 살아있지만, 가슴 떨리는 청춘은 먼지를 둘러쓰고 슬라이드 필름처럼 찰칵거리며 넘어간다. 새벽녘, 날줄처럼 곧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앨범 한 장을 넘길 때 나는 청춘에 사로잡혀 가슴만 뜨거워질 뿐 덧없이 세월은 흘러갔다.

오늘 가을 햇살이 더 익어지면 뒷산의 숲들도 고요 속에 묻히겠지. 아침저녁으로 지저귀던 산새 소리가 자지러지면 산은 낙엽을 벗고 침묵하겠지. 그러다가 홀연히 가을이 떠나던 날, 내 안에 기억된 청춘만은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힐링의 숲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책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