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서 걸음이 느린 의초로운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를 산길에서 마주한 지는 오래되었다. 부인은 왼발을 땅을 딛지 못하고 비칠 비칠 끄집으며 걷는다. 처음에는 십여 미터도 가지 못하고 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한 시간 이상 쉬지 않고 걷는다. 자주 마주하다 보니 눈인사에서 어느새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부부는 온몸을 끌고 올라와 벤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인사말은 한결같이 “나오셨습니까?”이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다. 혹여라도 위로한답시고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용기를 준다고 시 덥지 않은 말을 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일뿐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인사를 하고 옆 벤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있을 때 남편이 부인의 땀과 빗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여보, 여기까지 오르기까지 꼭 일 년 걸렸네.”
말없이 앉아 있던 부인이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손을 ‘꼭’ 잡고 있는 남편의 얼굴에서도 빗물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프레더릭 프랑크의 이야기 한 구절이 들려온다.
“사랑은 껴안는 행위 너머에 있다.”
□ 숲지기 생각
첫눈이 내렸습니다. 길에서 만난 부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공감합니다.
시집《허공을 걷는 발자국을 보았다》 출간으로 이제야 글을 씁니다. 힐링의 숲을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