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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Feb 16. 2022

텅 빈 마음으로


오늘은 텅 빈 마음으로 마룻장에 걸터앉아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강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울퉁불퉁한 삶 속에 덧난 상처들을 위로받고 싶다. 쫓기듯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을 벋어 나고 싶다. 살갑게 다가온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향기 잃은 고고한 지식보다 물푸레나무를 흔드는 풋풋한 바람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낯익은 감성을 품고 싶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고 싶다.

바람으로 씻겨낸 마음이 가볍다. 아직 털어내지 못한 찌꺼기로 인해 한쪽 삶이 힘들 때,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찾아와 성글게 가로막은 돌보를 바라보고 싶다. 삶은 비워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울 수 있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불어오는 강바람에 헝클어진 가슴을 슬며시 풀어놓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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