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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Jan 27. 2022

암자에서 길을 묻다 리뷰

혼란한 시대, 암자에서 길을 묻다.

암자는 위안과 기도의 마음자리


“2014년 가을부터 암자를 찾아 나섰는데, 처음부터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위안 삼고 기도할 수 있는 암자를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런데 왜 하필 암자냐?” 유용수 작가(사진)에게 이렇게 물었더니 배경 설명이 뒤따랐다.

한때 힐링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여 산사(山寺)를 찾아가 봐도 너무 관광 상품처럼 개발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 ‘새벽예불’ 등 유난을 떨며 혼자가 되어 보아도 마음이 흡족하기는커녕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더 아래로 내려가 암자를 찾아갔더니,


돈오각성(頓悟覺醒)의 경지를 설하는 도량은 아닐지라도일로정진(一路精進)의 향기가 배어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맞아주는 곳이었다. 지은이는 암자의 호젓함과 다소곳함을이렇게 표현한다.


“덧없는 부끄러움과 낯선 진실들을 짊어지고 늙은 산길을 따라와수행자와 눈 맞춤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맑은 바람과 한 뼘 햇살만으로도
충분하게 몸이 씻겨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암자다.”

                                                            BBS(불교방송) tv 대담


왜 『암자에서 길을 묻다』인가?


지난 날을 뒤돌아보면서 스스로 물었다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자신이 첨단사회의 모든 공해에서 벗어나 여유로워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암자는 수행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20여 암자를 찾았지만 결국 43군데 암자만이 지은이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다.


새로운사람들 출판사는 2004년 9월 13일 『뒷모습에 길을 묻다』, 2005년 6월 23일 『길 위에서 길을 묻다』라는 2권의 ‘길을 묻는’ 책을 펴낸 바 있는데,앞의 두 책이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암자에서 길을 묻다』는 사람의 이야기이면서도 자연이라는 우주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삼독의 번뇌를 씻어내는 위안과 기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세상은 속도전이다. 빨라야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많이’라는 단어 앞에 주눅이 들어 있다. 나는 척박한 세상의 절벽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고, 칼날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 사로잡혀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 출세하느냐, 좌절하느냐? 극락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다. 스스로 뭉그적거리는 삶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 치열함 속에는 누적된 공포, 좌절, 무지, 분노, 욕심, 한숨이 숨겨져 있고, 항상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살아가야 한다.”


이런 것이 탐욕(貪欲)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번뇌에서 비롯되는 삼독(三毒)의 습관이 아니겠는가?

찌든 일상을 위로받기 위해 길을 묻다가 암자에 이끌렸던 지은이가 조곤조곤한 필치로 독자들을 암자로 안내한다. 암자야말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슬며시 귀띔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소소한 것에 감동할 줄 알고,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미워함과 시기함과 분노마저도 주저 없이 사랑으로 덮을 줄 아는 마음이기를 원하며, 거짓 없는 순진함으로 무장하여 가슴속으로 찌들어오는 모든 잡사(雜事)를 내려놓고자 간절한 기도를 뱉어낸다. 찌들고 거칠어진 마음 한 구석을 위로한다. 붙들고 있는 욕심과 어리석음, 그리고 분노를 삭여낸다.”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으로 이끄는 암자행


“욕심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낌 그대로 글을 쓰고 싶었다.

남이 잘 되면 나도 잘 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생각은 암자를 찾아다니면서부터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욕심을 비우지 않으면 남을 생각할 수 없었다. 비움이 힐링(healing)이고 휘게(hygge)이고 웰니스(wellness)임을 깨달았다. 그래야 남을 위로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매우 시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통해 불교와 암자에 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전하면서 우리 삶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이 곳곳에 번뜩이고 있다. 이 책이 고단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온한 휴식과 힐링을 제공해주는 이유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산보를 하듯 암자를 찾아가는 길이 편안하다.

일부러 화려하게 겉멋을 부리는 필치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듯 글의 흐름이 전혀 무리가 없다.

암자에서 길을 묻다              

일삼아 암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는 계절마다 발품을 팔았던 암자를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덧없는 부끄러움과 낯선 진실들을 짊어지고 늙은 산길을 따라와 수행자와 눈 맞춤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 맑은 바람과 한 뼘 햇살만으로도 충분하게 몸이 씻겨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암자다.” 이를테면 암자란 돈오각성(頓悟覺醒)의 경지를 설하는 도량은 아닐지라도 일로정진(一路精進)의 향기가 배어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맞아주는 곳일 성싶다. 설핏 욕심을 부린다면 인생길의 좌표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는 곳이라는...


사계절을 안배하여 발길 닿는 암자들을 두루 섭렵한 정성도 정성이려니와

사물 하나하나에 정감을 실어 기록한 사진도 암자의 기품을 살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암자의 풍경 소리에 촛불 하나 켜 놓고 수행자의 내면을 더듬던 날들은 내겐 축복이었다.”고 하던 그 순간이 이제는 독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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