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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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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Oct 30. 2015

찰나의 망각

환경미화원 아저씨

내가 일하는 회사 바로 앞엔 '환경미화원 대기실'이 있어 오며 가며 그분들이 쉬시거나 일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수거해온 대형 폐기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제일 자주 보게 된다.


오늘 아침엔 침대 매트리스를 여럿이 뜯고 계셨는데, 다들 다 뜯거나 거의 끝나는 분위기에 한 분만 끙끙 앓고 계셨다.

'실밥이랑 이음새가 여느 매트리스와는 다르다'며 잘 뜯기질 않아 씨름하고 계신 것을 보니, 그 얼마나 답답할지 내 마음이 다 꽉 막혔다.


가끔 정말 꽉 묶인 비닐 매듭이 안 풀릴 때, 성질 같아선 아래쪽을 쫙 찢고 싶지만 온전히 풀어야 해서 그 틈을 벌려보려고 손가락 끝에 힘주고 숨까지 참으며 집중할 때 얼마나 애가 타는지 알기에, 저걸 온전히 해체하여야 하는 아저씨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 끝내 그 마음이 넘쳐 매트리스를 패대기치고 힘껏 발로 밟으니 그래 내 속이 다 시원하려던 순간







아? 엄청난 탄력이 주는 반동에 놀란 아저씨 그 위에서 방방 뛰기 시작하신다.

화난 마음도 금세 잠재우는 저것이야말로 실로 침대로구나. 아저씨들 어린아이처럼 하하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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