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임기응변
초등학교 2학년, 지금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생님께서 동네 뒷산에 가서 흙을 퍼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집에 모종삽이 없었는지 아버지는 삽으로 쓸만한 것을 찾느라 여기저기 살피셨다.
식칼과 검정 비닐봉지를 쥐어주신 아버지.
그 나이에도 이건 뭔가 아니라고 생각해 부끄러워 얼마나 울었던지
길에서나 산에서나 다 나만 보는 것 같아 흙을 푸면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려오는 길엔 갑자기 날아든 벌 때문에 어후
가끔 생각나면 피식 웃음이 나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