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가는 길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잠시 통화를 좀 해도 되냐 물었다.
어제 입원한 아내 병실의 tv 리모컨이 말썽이라며,
무뚝뚝한 말투로 아내와의 통화를 끝낸 기사님은
병동 데스크에까지 전화를 건 뒤에야
아내가 말기 암 투병 중이라고,
멍하니 창밖이나 쳐다보던 내게 말했다.
요즘은 유독 이런 이야기가 힘들다.
울음이 목 아래까지 우르르 차올랐는데
이어나갈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픈 아내를 병실에 두고
종일 이 외로운 도시를 홀로 돌아다녔을 기사님은
이름모를 대화 상대가 필요했을까.
뭐든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을까.
10분 뒤면 헤어질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위로가 필요했을까.
난 그냥 매정하고 무뚝뚝한 승객처럼 보였을까.
말기 암에 걸린 기사님의 아내는 나을 수 있을까.
늦은 저녁에 들었던
좋은 하루 보내라는 기사님의 인사가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