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와이프는 줄 서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특히 맛집을 찾아갈 때, 웨이팅이 있다면 그 식당에 대한 만족도는 기다리는 시간에 따라 급감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웨이팅이 있으면 보통 다른 곳 가서 식사를 한다. 따라서 한동안 핫플레이스였던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당연히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곳 중에 하나였다.
와이프는 데이트를 할 때부터 빵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그 정도는 줄었지만 베이글을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 주말 브런치로 시켜 먹을 때도 있었고, 뉴욕에 같이 가서는 꼭 먹어야 된다며 센트럴파크에서도 베이글을 먹었다.
잠실 시그니엘에 있는 안과에서 스마일라식 수술을 받았다. 1-2주 간격으로 두 번 수술 경과 확인 및 건조안 케어를 위해 병원을 또 예약했다. 하루를 알차게 쓰기 위해 가장 빠른 시간인 10시 정도에 예약을 했다. 관리가 끝난 뒤에 주변에 먹을 것을 찾다 보니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눈에 띄었다. 마침 가계나 몰의 오픈 시간 전에 갔겠다, 주변에 좀 살 것도 있겠다, 그렇게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자 우린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병원 가는 길에 결정했다.
아무것도 알아보고 가지 않아 예약을 좀 늦어 우리 차례가 뒤쪽으로 밀렸다. 오히려 여유롭게 병원 진료 및 눈 관리도 받고 나왔고, 봄맞이 옷 쇼핑도 할 수 있었고 점심시간 즈음을 잘 맞추게 되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가계에 들어갔다. 직원이 엄청 엄청 많았고, 베이글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듯했다. 자리는 하나의 긴 테이블이 있고 마주 보고 2명 단위로 앉는 구조였다. 굿즈 테이블을 지나서 포장하는 사람과 섞여서 줄을 서서 베이글을 걸어가면서 쟁반에 담고, 크림치즈를 담고 계산대로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계산대에서는 먹고 가는지, 포장하는지 여부를 말씀드리고 기다리면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린 가장 맛나 보이는 베이글과 인기순위 10위안에 있는 크림치즈를 구입했다.
아침이라 국물이 필요해서 수프도 주문했으며, 너무 느끼해서 아메리카노도 같이 주문했다. 먹다 보니 너무너무 느끼하고, 퍽퍽한 느낌이 들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커피랑 수프도 먹다 보니 물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매장에 스리라차 소스가 있어 듬뿍듬뿍 찍어서 끝까지 남김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음식을 먹고 나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쟁반에 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몇몇 분들은 쟁반 위에 산처럼 쌓아가져가고 있었다. 마치 국가위기상태일 때, 라면을 사는 듯한 양이었다. 베이글을 엄청 좋아하시나, 아니면 아마도 단체 모임이 있어 포장하시나 싶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매장 한쪽 면에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에 베이글의 나라, 코리아입니까'라고 놀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사람 눈치를 보며, 우린 다음에 먹을 베이글과 크림치즈 2개를 더 구입하여 포장을 받아 가계를 나오게 됐다.
가격도 다른 베이글 가계에 비해 비싸지 않았다. 맛도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의도치 않게, 유행은 좀 지난 것 같은 핫했던 맛집을 기다림 없이 이용해 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비록 오랜 시간 기다렸으면 아까웠을 뻔했지만,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가기엔 충분한 집이었다. 지나가다 사람 없으면 한번 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