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판'에 다녀와서...
가족 기념일이 있어 구성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테판을 방문하고자 예약을 진행했다. 테판은 계절마다 제철 음식으로 메뉴를 바꾼다. 이번에도 2025년 3월 10일부터 봄 메뉴가 시작되는데, 우리는 매번 겨울 메뉴만 예약했던 것 같다. 생각날 때, 다른 계절들의 메뉴들도 꼭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겨울의 콘셉트는 겨울바다의 'Fragility'로 진행되었다. 최근에 흑백요리사로 파인다이닝에서의 요리 과정 속 디테일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은 생겼기에 저번보다 더 잘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웰컴 바이츠는 총 2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단호박, 오징어, 캐비어가 올라간 수프였다. 단호박의 단맛과 해산물들의 짠맛으로 입맛을 돋웠다. 두 번째는 미니 새우토스트로 준비되었다. 멘보샤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제철인 냉이와 라임이 올라가서 향이 너무 좋았다.
첫 번째 메뉴는 바로 옥돔이었다. 껍질의 바삭함과 살의 부드러움이 다 살아있었고, 각각 한쪽에 고사리와 고추냉이로 만든 소스를 거품기로 부드럽게 만들어 제공하였다. 위에는 칼루가 골드 캐비어가 올려져 있었다. 노랑과 초록의 사이에 있는 옥돔이 마치 로스코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는 전복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새벽에 직접 배송받은 전복은 구울 때 다시마를 덮어서 철판 위에서 구워지게 되고 소스도 다시마로 만들었다. 김으로 만든 소스도 있는데 이는 전복의 주식이 바로 이러한 해초류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조리법을 만드셨다고 하셨다. 위에는 고급 트러플에서 분류되는 겨울 트러플에 제공되었는데 생각하던 트러플 맛이 아니라 내 입맛에는 잘 맞진 않았다. 그릇 반대쪽에는 미몰레트 치즈에 싸인 고구마가 가니쉬로 올려져 있었다. 이 디쉬는 마치 검은 소스에서 필압이 느껴지는 한국의 수목화처럼 올려져 있었다.
중간에 입가심으로 콤푸차와 샤인머스캣이 제공되었다. 콤푸차는 맛있어서 매번 한 잔 더 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메인인 한우 스테이크가 준비되고 있다. 우선 굽기 전에 훈연을 먼저 하는 과정이 있는데 뒤에서 따로 하시기도 하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식사 테이블 위에서도 보여주신다. 한우와 더불어서 참나물, 모렐버섯, 더덕, 꼬막까지 가지런하게 정갈히 제공된다. 특히 모렐버섯은 버섯 특유의 맛이 있어 트러플과 견줄만하다고 생각되었다.
마지막은 볶음밥이었다. 컬리플라워, 보리, 퀴노아와 함께 차돌박이까지 들어간 볶음밥이다. 사골국과 구운 김도 제공되는데 각각 먹어도, 따로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마지막 디저트는 겨울의 제철과일 딸기로 구성된 아이스크림이었다. 딸기와 함께 파이어쇼로 시작하여서 냉동 딸기를 한 번 더 갈아서 올려준다. 딸기 향으로 가득한 디저트였다.
끝으로는 테판에서 매번 제공하는 다과 중 몇 가지 골라서 먹었고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번 올 때마다 셰프님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의 응대와 서비스에 만족하면서 적당한 가격에 예약도 할 수 있는 이 식당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계절 코스를 놓치지 않고 잘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