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와이프는 연애 때부터 여러 군데 데이트를 많이 했다. 그때그때 유행 따라가던 곳들도 있었고, 마음에 들면 매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들도 있다. 결혼을 하고 각자 일하는 시간이 조금 엇갈리면서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식당도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 검증된 맛집들만 계속 가다 보니 몇몇 곳에서는 우리 부부를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 가끔 새로운 식당을 가게 되는 이유는 친구들을 만날 때이다. 만날 장소를 잡다 보면 새로운 지역에서 식당을 정하게 된다. 이번 식당도 인턴 동기들과 약속을 잡으면서 방문하게 된 곳이다.
식당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2인용 자리 2개, 5-6인용 자리 1개가 전부이다. 직원은 주방에 1명, 서빙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은 주문 즉시 요리되기 시작하며, 팀이 많은 경우 조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한다. 주문을 하고 나면 식전빵이 주어진다. 담백한 빵이라 발사믹 소스의 향을 그대로 느끼며 입맛을 돋울 수 있다.
애피타이저로 샐러드는 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단호박뇨끼, 새우감바스가 나왔다. 음식이 식탁에 올려지자 우선 눈이 즐거웠다. 노란색의 단호박소스 위에 올려진 식용 꽃은 마치 비단에 수놓아진 것처럼 보였다. 새우감바스에도 토마토와 브로콜리로 여러 색상이 있어 두 음식이 나오자 식탁에 생동감이 넘쳤다. 뇨끼는 쫀득했고, 단호박 소스가 별미라 남은 식전빵에 찍어먹기도 했다. 감바스도 단호박뇨끼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맛있었다.
메인 요리로는 고등어파스타, 명란크림파스타, 버섯치킨리소토를 주문했다. 사실 고등어파스타는 메뉴판에서 보자마자 시켜봐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림종류 파스타 하나, 토마토 종류 리소토 하나를 추가해 균형을 추구했다. 주문한 메뉴들이 나오자 생각들이 사라졌다. 음식들이 맛있어 보임과 동시에, 뼈가 거의 다 발린 통통한 고등어가 파스타 위에 있는 이질감에 빠져들었다. 고등어는 수비드로 구웠는지 엄청나게 부드러웠고, 나머지 음식 또한 이 식당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리뷰들을 나중에 찾아보니 크리스마스 때에는 특별 코스 요리들도 있는 것을 보니 사장님이 음식에 대한 자신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점은 각각 음식들이 맛있기 때문에 조금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3명이서 방문하여 메뉴 4개를 시켰고 나중에 하나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이때, 1인 요리 체제라 추가한 음식을 받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첫 주문에 시키는 것은 셰프님이 테이블을 조절하시면서 요리하시는 것 같았다. 또한, 남자 3명이서 총 메뉴 5개를 주문했는데 양이 조금 적다고 느낄 수도 있다. 상봉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져 조금 조용하게 약속을 잡고 싶으면 괜찮은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