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스튜디오이다. '이웃집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등 나열하면 끝도 없는 유명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곳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딱 지브리의 영화들이 떠오를 정도로 상당히 대중화에 성공한 작품들이 많다. 또, 공부하거나 쉴 때, 지브리 음악을 켜놓고 할 정도로 음악도 좋기로 유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최근까지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작하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타카하타 이사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니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다. 사진 촬영이 허가되지 않는 전시라는 것이다. 아마 저작권이 만료된 미술 작품들과 다르게 아직 저작권이 효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비밀을 지키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직접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던 것은 레이아웃의 중요성을 최초로 강조한 사람이며, 얼마나 강조했는지 '레이아웃의 신'이라는 타이틀도 넣었다.
섹션 1. 역사의 시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 이곳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여러 콘티들이 나와있었다. 그 콘티가 생명을 넣은 영상도 있었는데 구도의 중요성을 봐야 되서인지 자막이 일일이 담겨있진 않아 아쉬웠다.
섹션 2. 새로운 영역 개척: TV명작 시리즈.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눈에 많이 익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빨강머리 앤'처럼 어릴 때 TV에서 한 번쯤 봤을 만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섹션 3. 일본문화를 바라보다: 스튜디오 지브리 편. 지브리로 유명한 여러 작품들 속에 타카하타 이사오의 손을 탄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같은 장면이라도 배치와 구도를 통해 어떤 느낌이나 영상미를 줬는지 알 수 있다.
섹션 4.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표현 영역 개척. 애니메이션의 표현에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칸영화제의 초청, 아카데미의 후보 등 주류 영화계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신선하고 아름다운 스케치들이 많았다. 전시가 마무리되고 굿즈 판매처에는 스튜디오 지브리답게 여러 살만한 제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다음에 일본 가서 더 많은 선택지 속에서 구입하고 싶어, 잘 참았다.
사실 아는 작품이 많이 나오진 않아서 많이 당황했던 부분들이 있다. 또한, 영상을 틀어주는 곳이 많았는데, 자막이 없어 무성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오래 보고 있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그러나 여러 원화와 스케치들을 보고 있으면, 공간 하나를 (배경이 되는 이미지들은 있지만) 창조와 구성하고, 그것을 다시 가공하여 애니메이션까지 만드는 과정이 진짜 일본의 장인 정신스럽다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문화회관하면 거대한 공연장만 알고 있었는데, 그 옆에 미술관도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쉬어 갈 수 있는 공간도 안에 많아 더운 여름에 광화문 광장을 가게 되다면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