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로 티켓을 구입하였는데, 신기하게 날짜가 지정되어 있는 티켓이었다. 따라서, 주말수량은 빠르게 매진되었는데 어찌어찌 구입에 성공하여 날짜에 맞춰서 입장을 했다. 매우 무더운 날씨가 예정되어 있어, 되도록 빠르게 입장하고자 출발하였다.
전시장 앞에 가보니 줄을 길게 세우기 위해 차단봉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갔던 시간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구불구불 계속 돌아들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우린 뭉크를 만나게 되었다.
전시회의 주제는 '비욘드 더 스크림(BEYOND THE SCREAM)', 즉 스크림을 넘어서였다. 사실 뭉크 하면 절규 외의 아는 작품을 말해보라고 하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절규 외에 작품들을 통해 뭉크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인 것 같았다. 아시아 최대 규의 전시이며 23개의 소장처에서 140여 개의 작품들이 소개되며, 그중에서도 세계에 단 2점뿐인 석판화 '절규'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작품들이 온 만큼, 구역도 세분화되어 여러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리스티아니아 에서의 초년 : 자연주의, 인상주의 및 상징주의와의 만남 / 프랑스에서의 시절 : 달빛, 키스, 생 클루의 밤까지 / 회화 기법의 실험, 스타일의 변화 및 해체 : 모더니즘에 대한 독창적 기여/ 생의 프리즈 / 공포와 죽음 / 풍경 / 누드 / 마돈나 / 만남 / 두 사람. 외로운 이들과 다리 위의 소녀들 / 초상화 / 급진적 혁명가 / 목판회화 실험 / 말년과 뭉크의 자화상/ 이렇게 뭉크의 처음과 끝까지 자세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전시 초반에는 뭉크의 초년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주의, 인상주의 등으로 표현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뭉크의 느낌은 아직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만 보면 뭉크의 전시회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차분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색채를 사용하면서 보는 사람에게 평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그러면서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모더니즘적인 해체가 들어가게 된다. 점점 더 색채는 어두워져 가고 고독하고 암울한 느낌이 많아지게 된다.
어머니와 누이를 결핵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도 결핵으로 죽기 직전까지 갔던 그의 경험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목판으로 작업을 많이 하여 같은 그림인데 여러 가지 버전들이 있다. 색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똑같지만 그림이 주는 느낌과 해석은 달라지게 된다. 색만 다른 그림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전시되는 모습은 마치 현대미술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회를 보고 나오니 정말 한 명의 화가는 인생동안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의 여러 굴곡 속에서 화가는 결국 그림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뭉크의 절규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이지만, 그 뒤에는 한 명의 긴 인생과 다양한 그림이 녹아든 결정체라는 것을 오늘 뭉크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은 전시가 없어도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곳이다. 음악 분수도 있어 웅장한 클래식과 함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예술을 자주 접하는 것이 어쩌면 아이들의 인생에 다양한 색감이 섞여 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