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을 수료하고 나서, 3월부터 봉직의로 일하면서 시간이 그전보단 많이 생겼다. 그래서 한동안 책을 읽고 어떤 형식으로든 독후감을 적었다. 목표를 정하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종이책이던 전자책이던 저녁식사 이후의 근무시간 짬짬이 읽으니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 거의 매주 한 권정 도를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OTT를 찾아보니 옛날 미국 드라마가 많아서 거기에 빠져 하나씩 정복해나가고 있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바로 '뉴 코스모스'이다. 세기의 명작이라고 뽑히는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를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책의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포기했고, 대안으로 전자책 사이트에서 찾은 것이 데이비드 아이허가 쓴 '뉴 코스모스'이다.
'코스모스'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칼 세이건이 진행하던 당대 최고의 대중 과학 TV 프로를 책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프로를 기억하는 미국사람들이 많고, 수많은 과학자 중 특히 천문 분야의 과학자들의 꿈을 키웠고 영감을 줬다. 그 뒤로 30-40년이 지나자 여러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졌으나 책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고, 칼 세이건은 더 이상 책을 쓰지 못한다. 서론에 '뉴 코스모스'의 저자인 데이비드 아이허는 칼 세이건과의 인연을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본인이 '코스모스'를 이을 사람이라는 것을 매우 강조하는 듯했다. '코스모스' 원본 TV프로나 책을 읽지 못해 과연 그 감동이 이어지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구성은 우리 가까이 있는 지구부터, 달, 태양계를 넘어 먼 우주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우주의 과거의 빅뱅부터 암흑물질을 넘어 우주의 미래까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꿈과 희망의 외계인에 대한 단원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여러 이론들이 나 같은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매우 자세하게 최대한 이해되도록 적혀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유튜브에서 보는 우주 관련 영상들이 떠올랐다. 책이 나온 지 또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이 더 어마어마한 데이터들을 보내주고 있다. 사진을 발표하면, 지금은 어떠한 언론보다 유튜브에서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실시간으로 설명을 해준다. 논문을 찾아보거나, 원어 사이트를 뒤적거리지 않아도 일반 대중들에게 지식은 더 빠르고 쉽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뉴 코스모스'마저 옛 지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영상을 보는 것보다 확실히 이해가 더 잘 된다고 기억에 더 오래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매체의 차이도 분명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아마 집중되는 환경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다시 눈에는 책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상을 볼 때는 집안일이나, 게임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거나, 눈은 감은채 소리만 듣는 경우도 있다. 즉, 집중되는 환경이 아니기에 대략적인 느낌은 마치 인상처럼 남아 있지만 세세한 디테일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또 책은 내가 뒤적뒤적 거린다. 속도도 내가 조절한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은 그냥 흘러간다. 주도권이 영상에게 있다. 다시 돌려 보는 것은 어렵다. 정확하게 내가 다시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일이기 때문이다. 화면을 두 번 클릭하면 10초 뒤로 가서 내가 원치 않은 부분만 다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을 뿐, 내가 봤다고 하긴 힘들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책을 읽고 영상도 찾아보다 보니 자주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에 대한 소중함이 들었다. 보고 있는 미드가 끝이 난다면 또 한 번 책들을 열심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