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와 같이 인지도가 있는 책을 고를 때가 가장 많다. 아니면 최신의 유행이나 정보를 넣기 위해 신간 위주로 책을 고른다. 이 모든 것들이 한눈에 보이는 서점은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는데 아주 좋은 장소이다. 한 권 한 권 보다가 표지나 제목에 관심이 생기면 목차를 살펴보고 한다.
'총, 균, 쇠'를 다 읽은 뒤, 좀 짧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찾고 있었다. 눈에 띄는 책이 없어 결국 도서 검색창을 열었다. 예술에 대해 관심을 계속 가지고자 여러 책들을 읽고, 전시회나 공연도 자주 다니고 있다. 그러나 노력 대비 내 머릿속에 지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두드리니 잔상처럼 남는 작가나 그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지식을 쌓고자 '그림'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여러 책들 가운데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위로'라는 키워드는 내가 기피하는 주제이다. '단순한 위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좀 하다가 지나친 편견과 편식은 좋지 않기에 책을 집어 들었다.
가장 먼저 작가의 설명을 읽었다. 작가의 과거, 처한 상황까지 여러 정보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 책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여 나온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어쩌면 나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본문을 시작했다.
본문은 여러 짧은 글들의 엮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진료 보면서 환자가 없는 시간에 읽는데 적당한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글도 전문적인 용어들의 나열이 아닌 일상적인 언어로 적힌 글이었다. 전에 읽은 책과 대조적으로 글이 술술 읽혔다.
한 편의 글은 자신의 처했던 상황, 그리고 작품의 소개, 그리고 느낀 점의 3단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작품의 소개에는 그림에 대한 분석과 작가, 그리고 당시 시대상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중간중간에 여러 사회학적 통계들도 인용을 많이 했다. 글을 쓰실 때, 조사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위로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을 의미했던 것 같다.
좋은 작품들을 상황에 맞게 소개해 그림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풍부해졌다. 그러나 이번 책은 나에게 있어 예술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글쓰기 책이었다. 저자가 평범하거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도 고민해 보고 살펴보는 지점들이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자신이 알고 있는 그림이라는 주제로 독자들의 삶에 녹아들고 공감하고자 했다. 나는 깊게 '덕질'하는 분야가 많진 않고, 의료적으로도 전문분야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극히 개인화된 시선을 보여주고 자기 다짐으로 끝나는 글들이 많다. 내 글을 나만을 위한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작가는 교육자로 그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다는 점이 또 나에게 글을 적을 용기를 준다.
또한, 글을 쓰다 보면 내 주변에 있었던 일들이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불가피하게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작가는 '남의 이야기를 많이 함' 같은 단점같이 보이는 내용들도 적었다. 나는 아직 글 쓰는 것을 알리지도 않았지만 주변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반성, 자기 다짐으로 내 글을 몰고 가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 이유일 수도 있다. 아직 내 글이 세상에 읽히고자 쓰는 것은 아니다. 먼 훗날,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자 할 때 근거자료를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검열하는 것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런던베이글뮤지엄에 다녀온 후기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치솟았다. 처음에는 불법프로그램으로 조회수 조작으로 걸릴까 봐 고객센터에 신고도 했지만, 통계창에 들어가 보니 다음 맛집란에 소개가 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전 글들의 조회수가 전혀 높지 않았기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에게 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었다.
어쩌면 내 글도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책과 메인 노출 덕분에 내 글에 대한 고민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