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재는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이다. 평균은 어느 정도 그 집단의 속성을 알아볼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서울 평균 집값...' '평균 소득은 연...'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어떠한 지표를 볼 때 평균이 빠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 최근에는 중앙값, 표준편차 등 여러 정보를 같이 주면서 평균으로 생기는 오차를 최소한으로 하고자 하나, 본능적인 이유로든 편리성의 이유로든 하나의 값만 뽑으라면 평균이 가장 대푯값으로 많이 이용된다.
평균이라는 간단하게 보이는 개념으로 인해, 산업이 표준화되고 교육에서 등급을 매기게 되었다. 작은 개념 하나가 인류 사회에 미친 영향이 너무나도 크다. 이 책은 미 공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비행의 효율을 높이고자 파일럿의 여러 신체 수치들의 평균을 맞게 좌석을 제작을 하였다. 심지어 주기적으로 그 수치를 재산정하여 업데이트까지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10가지 항목에 대해 평균값에 근사한 조종사들이 전체 중에 몇 명이나 되었을까. '0' 충격적인 결과이다. 10개 중 3개의 항목에 평균에 근접한 경우는 3.5% 정도였다. 어떠한 선발과정을 뚫고 들어온 조종사들마저 평균의 실질적인 의미가 희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미 공군은 좌석을 5-95 퍼센트 범위로 바꿀 수 있는 개별화된 조종석을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은 개개인의 변수는 고려되지 않기 시작했다. 의사가 '평균적으로 100명 중 90명은 잘 회복됩니다.'라고 설명할 때, 환자가 궁금한 것은 자신이 회복되냐 안 되냐 일뿐일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산업적으로 적용되자 '표준화'라는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테일러주의'로 불리는 이 관리법은 기업들에게 근로자의 개개인의 특정보단 평균적인 어느 사람이 와도 일이 잘 돌아가도록 조직을 만들도록 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결국 교육에도 도입되었다. 교육계는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이를 잘 슥듭하는 학생을 영재,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구제 불능 아로 분류하게 된다. 평균을 중요시 여기다 보면 개개인의 특성이 무시되고 등급으로 사람을 보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지원자들을 등급을 부여하여 순서대로 세운 뒤에 채용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렇게 뽑힌 지원자들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식으로 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평균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책에서는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을 통해 평균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자 한다. 들쭉날쭉의 원칙은 연관되지 않는 항목들로 다차원적으로 평가 시 인간의 모든 특성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맥락의 원칙은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떼어서는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으며 어떤 상황의 영향은 그 상황에 대한 개개인의 체험과 따로 떼어서는 규명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경로의 원칙은 하나의 발달과정에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원칙이다.
이 책의 예시를 든 것 중에 몇 가지는 소아과 발달 과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요즘 소아과학 공부하고 있는데, 그래서 좀 더 흥미롭게 책이 잘 읽힌 것 같다.
소아과는 대부분 발달과 성장 단원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소아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그럴 것이다. 소아와 성장에 나름 여러 가지 통계로 인해 작성된 표가 있다.
질병관리청 - 소아청소년성장도표 중 일부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키가 크고, 몸무게가 나가는지 볼 수도 있고, 어느 시기에 보여야 되는 모습들도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아이들의 데이터를 이 표에 대입할 때는 그만큼 조심해야 된다. 계속 또래보다 키가 덜 크는 아이는 그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면 안 된다. 체질적으로 성장이 지연될 수도, 유전적으로 키가 작을 수도 있기에 여러 가지 다른 검사를 하면서 추적해 봐야 된다. 매년 키가 크는 속도는 어떤지, 영양상태는 어떤지 등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기에 무엇을 못했다고 발달지연이 있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봐야 되며 다른 요인들을 없는지 같이 평가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은 알고는 있다. 그러나 당장 내 눈앞에 시험문제는 주어진 조건을 암기한 표에 대입하여 평가를 하게 되기에, 그동안 문제를 단답식으로 풀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발달, 성장 표를 계속 까먹기에 자주 살펴보는 단원이다. 앞으로도 이 부분 공부할 때, 이 책이 종종 생각날 것 같다.
통계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환자에게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의학이나 과학이 발달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들이 내 눈을 가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내 앞에 서 있는 개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통계는 절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해석하고 주장하는 사람의 의도가 섞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떠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주장을 바라볼 때는 더욱 다방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