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평생을 도시, 그 중에서 서울에서 살았다. 사진으로만 기억이 남아 있는 미취학 아동 시절에도
부산에 잠깐 살았던 기간이 있지만, 거기 또한 대도시이다. 초중고 다 서울에서 졸업하였고, 대학교마저 서울에 있는 곳을 다녔다. 강원도에서의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던 때가 인생의 유일한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거주 경험이지만 자주 서울에 갔기에 크게 느낀 바는 없다.
건축은 사실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건축공학과와 건축과에 다니는 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크게 없었다. 에펠탑, 빅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랜드마크는 그저 특수한 건물일 뿐 그 어느 예술품처럼 별 다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튜브에 유현준 교수님이 나오는 강의들이나 프로그램것을 보게 되었다. 건축이란 어쩌면 동떨어진 학문이 아닐수도, 이미 내 일상에 붙어 있는 것일수도, 친숙한 학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집필하신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집필하시면서 정리하신 내용으로 지금까지 응용하여 적용하면서 강연하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내 삶과 밀접하게 느껴진 내용은 이벤트 밀도와 공간의 속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할 때였다. 학창 시절부터 차를 사기 전까지의 나의 삶은 뚜벅이의 삶이었다.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녔고, 많이 걸어 다녔다. 그럴 때, 다니는 곳들은 책의 표현에 따르면 이벤트 밀도가 높고 공간의 속도가 느린 곳들이었다. 강남역, 잠실역, 명동 등등이었다. 그러나 차가 생기게 되자 그런 곳들은 주차 문제와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못 가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외곽에 있는 넓은 카페들을 방문하게 되었고, 차로 가는 것이 편한 식당을 예약하면서 다니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야경
여러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파리, 런던, 라스베이거스나 LA 등 다른 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 중 특히 뉴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쩌면 계획도시이자 섬의 특성상 제한된 땅으로 인한 여러 도시의 문제점들이 오래전부터 나타나 여러 고민을 한 현대적인 도시의 상징이라서 그런 듯하다.
뉴욕의 스카이라인
실제로 2022년 뉴욕을 가게 되었다.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걸었던 곳들에 대한 건축학적인 입장에서 보니까 매우 신기했다. 그냥 높은 건물로 생각됐던 것들에는 당시 유행하던 건축 기법들이 있었다. 중간중간 작은 공원들, 센트럴파크 등 여러 여러 요소들이 여러 정책이나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구역간의 모습은 왜 이런 모습인지도 설명되어 있었다. 놓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다음에는 좀 더 찾아보고 공부해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종교 건축물 흥미로웠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기에 여러 상징은 대략은 알았지만 도시나 건축의 관점에서 보는 종교 건물의 모습은 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분야를 통해 다른 분야까지 넘나드는 것은 전문가로서 존경심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들이 조금 짧게 짧게 나뉘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조금 더 깊게 알아보고 싶으면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흥미가 없던 나 또한 이렇게 흥미를 가지게 만든 책인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일상을 살아도,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것이 생각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각자의 경험과 지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내 시야를 조금 더 넓힌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