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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lty Salt Apr 09. 2024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어렵다.

'서른에 읽는 아들러'를 읽고...

서른에 읽는 아들러

박예진

지나고 보면 참 인간의 정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 의과대학 진학을 위해 읽었던 책들이나 자소서를 읽어보면 다 정신적, 혹은 신경과적인 내용들이 가득했다. 지금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고자 한다. 의과대학에 다니며, 여러 책을 읽을 때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이 책의 제목은 정신/ 심리 쪽의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알고는 있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때에, 누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아들러의 사상과 비슷하다고 하며, 이 책들을 추천하였다. 그렇게, 처음 접한 아들러는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10년 정도가 지나고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까 하던 찰나, '서른에 읽는 아들러'를 인기도서 목록에서 발견했다. 나의 나이는 마침 30 언저리이기에 확신을 가지고 이 책을 집었다.


 아들러도 한 때 프로이트랑 같은 이론을 주장하였지만, 결국 다른 길을 가게 됐다.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의 행동과 생각의 근거를 해석하는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현재의 생각과 행동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영향을 받아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했다. 반면에 아들러는 열등감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현재의 생각과 행동의 근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책은 현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식 사회이념들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K-장녀, 부동산 투자 등등.. 주변의 누군가, 혹 내가 처해있는 상황들이 언급되어 있다. 거기서 느끼는 감정들도 묘사되어 있다. 그저 막연한 말로 독자들에게 혼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시도해 볼 수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 숨겨진 욕구를 알아보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사실 이 책은 피부에 닿는 현실을 바꿔주진 못한다. 여러 투자 관련 책이나 스펙 관련 책처럼 눈에 띄는 변화를 주진 못한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기억에 대한 해석을 생각하며 '나'라는 존재를 조금 더 투명하게 바라보게 한다.

기억을 바꾸면 과거가 바뀐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 현재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

3월부터는 두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퇴근 후에는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운동을 아침에 가기로 다짐했었다. 불가 1,2월 인턴으로서 오전 7시까지 출근했어야 했기6시 15분에 보통 일어나 병원에 도착해서 씻었다. 인턴 근무 말에는 출근 날이 아니더라도 6시 정도에는 눈이 떠지는 경지에 올랐기에, 7시 반정도에 일어나 운동 다녀오는 것은 너무 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12시 정도에 잠들어도 8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가끔 전날 근무가 힘들거나 늦게 잠들면 9시에 일어나 빠르게 준비하고 나가는 경우도 생겼다. 작년에 인턴 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마 몇 번 늦잠 자면서 리듬이 깨져 다시 몸이 적응하는 과정인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은 너무 졸려도 일찍 일어나는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 조금씩 덜 피곤하게 아침에 운동을 가고 있다.


예전에도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잠자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최근에 살도 좀 찌고 인턴이 끝나고 처음 오랜만에 늦잠을 자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엄청 달콤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몸과 체질도 노력하거나 포기하면 어느 정도는 바뀌는 것 같다.


이렇게 또 다른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3월이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1년의 1/4가 지나가버린 것이다. 어느덧 벚꽃이 폈다가 떨어지고, 푸른 잎들이 난다. 벚꽃을 보러 쉬는 날 아내랑 외출을 했다. 문득, 해가 떠 있는 하늘이 오랜만이라고 느껴졌다. 근무 시간에는 외출을 안 하고, 퇴근하면 보통 해가 져있었기 때문밝은 세상이 눈이 부셨다.

이러한 규칙적인 부분과 마찬가지로 책에서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정신적인 부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유행하는 MBTI도 나의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 사람의 MBTI는 절대적이지 않다. 일할 때, 놀 때, 여행할 때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MBTI로 자기의 현재 상황을 알게 되면, 자신이 여러 상황에서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남을 이해하는 폭도 더욱 넓어진다고 믿는다.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노력과 자신도 조금 바뀌려는 노력을 하는 나 자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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