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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lty Salt Mar 02. 2024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는 C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를 읽고...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한스 할터

이 책은 간단하지만 독특한 구성을 가진다. 유명한 사람들의 유언을 통해 삶의 흔적을 찾는다. 많은 이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외친 한 마디로 현재도 살아가고 있는 여러 삶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다름이 아니라 이해인 수녀님이 작성한 추천사다. 그 어떠한 유언보다 나의 가슴을 울렸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얼마쯤의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
앞서 떠난 이들의 마지막 말들은
어느 날 다가올 우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며
오늘 이 순간을 더 간절하고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선한 다짐을 하게 만든다.'

- 이해인(수녀, 시인)

책 추천사 중


책에는 별다른 내용은 없다. 각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죽음을 앞둔 상황에 대한 묘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말들이 적혀있다. 여러 명의 위인들, 그 중에서는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확실히 저자의 의도대로 마지막 말속에는 우아한 모습, 낙천적인 모습, 철학적인 모습 등등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잘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화려하게 살다가 말년이 좋지 못한 경우에 인생은 길고 말년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도 준다.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의 동생 테오에게 한 마지막 부탁을 보면 알 수 있다.

'부탁이니까 울지 마.
이게 우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야.
슬픔은 영원히 남는 거야.
난 이제 집에 가는 거라고.'

의사로 일을 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상황들이 있다. 어쩌면 그 순간에 의사가 있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출생의 순간과 임종의 순간이다. 산부인과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제왕절개 수술을 보조하게 된다. 아이를 어머니의 몸에서 꺼내, 탯줄을 자르고, 첫 울음을 듣게 되는 경험을 한다.

'몇 시 몇 분 남자(여자) 아이 태어났습니다.'

진통 중이며 수술 중인 산모에게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을 주기 위한 클래식 음악 소리에서 갑자기 아이 울음으수술방이 가득 차게 된다. 아이 첫 숨을 쉬고, 살려고 활동력 있게 울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


반면, 호스피스나 중환자실, 혹 응급실반대의 상황을 볼 수 있다. 적막한 가운데 점점 느려지는 심장박동과 호흡음이 기계를 통해 들려온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심전도를 찍고, 동공반사를 확인하고, 호흡음과 폐음을 청진한다. 더 이상 생명의 증거가 남아 있지 않으면 사망선고를 하게 된다.

'몇 시 몇 분 OOO님 사망하셨습니다.'

기계들도 다 꺼진다. 유가족들이 옆에 계셔도 조용히 흐느다. 더욱 조용해진다.


죽음을 앞두고 내가 언제 죽을지 느껴져 마지막 말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복인 것 같다. 내가 병원에서 본 환자들은 보통 의식이 많이 쳐지셔서 말씀을 못하시거나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게 된다. 설마 했던 말들이 마지막 말로기억되게 될 것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 그런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Carpe diem(까르페 디엠)' 'Memento mori(메멘토 모리)'오래 전부터 전해지던 말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말조심해야겠다. 연락을 자주 못 한 지인이 있다면 연락 한 번 해봐야겠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가 있다면 한번 약속 잡아봐야겠다  그래야 서로 후회가 없지 않을까. 더 이상 시간이 가기 전에...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Birth와 Death 사이에 있는 Choi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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