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 사이
오늘은 부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앞선 이야기에서 말했듯이
저의 부캐는 분노로부터 태어났습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온 날이면
밤 12시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부캐와 함께한 지
어언 3년 차가 되어가네요.
부캐라는 단어가 흔하게 들리기 시작한 건
아마도 국민 mc 유재석의 트로트 부캐인
유산슬이 등장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본캐와 부캐의 세계관을 지키면서
실제로 트로트 가수 활동을 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큰 재미와 인상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불문 모든 사람들이
부캐의 세계관을 지켜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모습이 특히나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요즘 곰곰이 생각을 해 보면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 부캐를 가지고 있었더라고요.
'지금까지 부캐'라는 적절한 용어를
생각하지 못해서 명명하지 못했을 뿐!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대리기사
낮에는 학생 밤에는 편의점 파트타이머
낮에는 마트 직원 밤에는 주부
이들을 N잡러라고 하지요.
N잡러라는 말도 좋지만
저는 부캐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방송에서처럼
각각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서 그렇다면 큰일이겠지요...?)
각각의 역할 활동에서 스위치 on/off가
확실히 이루어지는 것이
나를 더 풍성하게, 나의 삶을 더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부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치열하게 산다는 뜻
부캐에 진심이라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
부캐에 간절하다는 건
그만큼 행복하고 싶다는 뜻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낮에는 디자이너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맨 얼굴의 나를 오롯이 마주했을 때
정말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다진의 그림이 궁금하다면
브런치 다음 예고
"나는 생계형 디자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