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과 퇴사 사이에 흐르는 불면의 강
출판사를 나오고 들어간 저의 두 번째 회사는
아주 작은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굳이 '아주'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디자이너 출신 대표와 디자인 팀장,
그리고 그 팀이자 그 회사의 막내인 저.
전직원이 이렇게 3명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은 퇴사를 했습니다.
저는 혼자 남았습니다.
죽도록 출근하기 싫었고
아침에 눈 뜰 때부터 퇴근을 생각했고
잠으로 채우는 주말이 영원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갔고
yo...
전 직원 4명이었던 저의 첫 직장인 출판사에서
1년 동안 재고관리부터 북디자인까지 하면서 쌓아온
잡무 스킬이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출신인 대표님은 저에게
인쇄 별 거 아니라는 자신감을
팍팍 심어주었습니다.
이것이 숱한 야근과 촉박한 마감 일정 속에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두어달 지났을까요.
월급날이 되었어요.
네?????
뭐라고요?
월급이 밀린다고요?
아아,
님은 갔습니다.
전 그렇게 석 달도 되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밀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해주는 아량은 저에겐 없습니다.
한차례 알바비 임금 체불을 겪어본 저에게
카드대금 결제일이 도래했다는 문자를 받은 저에게
야근수당 한 푼 받지 못한 저에게
당장 직원 월급을 줄 수 없는 대표의 심정까지
헤아려 줄 여유는 제게 없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때 제 나이가 20대 중후반.
88만원 세대의 끄트머리에 서 있던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걱정을 하나 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직장운이 없을까
남들 다 이러고 사는데 내가 적응을 못하는 걸까
누구는 벌써 대리를 달았다는데
차라리 대학원을 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고민들이
실체 없는 불안감으로 엄습해옵니다.
그렇게 저의 불면의 밤은 시작되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다진의 그림이 궁금하다면
브런치 다음 예고
"나는 생계형 디자이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