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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일영감 Dec 15. 2016

우리가 지나온 낭만의 모든 순간

#118 영화 <라라랜드> (2016, 데미안 샤젤)

 

 

 오래된 클래식카를모는 남자와 프리우스를 모는 여자. 재즈가 싫다는 여자와 오직 재즈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남자. 어찌 보면 정반대에 위치한 두 사람을 한 데 묶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나누는 두 사람은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낭만이 짙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 또한 깊어지고 현실에 부딪힌 꿈이 흔들릴 땐 그 사랑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리고 꿈의 발걸음을 좇아가다 보니 이 사랑의 결말이 보이기도 한다.


꿈의 공장을 품고 있는 LA를 배경으로 <라라랜드>는 그들의 꿈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일스 데이비스, 찰리 파커, 카마이클, 프리재즈, 카사블랑카…


<라라랜드>의 동력은 과거에 있다. 언덕 위에서 가로등을 돌아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이유 없는 반항>을 보기 위해 찾은 오래된 극장에서, <카사블랑카>의 한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의 일터 맞은편에서, 재즈를 예찬하는 그 남자의 문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극 초반 고속도로 오프닝 신을 마치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시네마스코프 로고는 이 영화가 앞으로 보여줄 것들을 관객에게 미리 귀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라라랜드> 에는 우리가 지나온 것들에 대한 경의와 애정이 담겨 있다. 그 낭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지나온 낭만에 ‘돌아갈 수 없음’이 아니라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를 표한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왜 부정적으로 쓰는 거야?


리알토 극장은 문을 닫았고, 반 비크는 삼바와 타코스를 파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낭만이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꿈을 좇아야 한다. 영화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꿈꾸는 바보’와 ‘부서지는 가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낭만이 너무 거대해 현실의 작은 그릇에 품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그리고 다른 음과 다른 대화로 표현되는 재즈는 매일 밤이 초연이라고 그 남자는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 일상에도 해당된다. 지나간 어제의 밤과 오늘의 밤, 다가올 내일의 밤까지. 어슴푸레한 낭만을 쫓아도, 익숙하지 못해 실수해도 괜찮다. 각기 다른 순간과 대화로 채워지는 우리의 밤 또한 매일이 초연이기 때문에.




두둥실 떠오르던 두 사람의 몸짓과 나지막이 나누던 대화. 그녀의 발랄한 걸음걸이와 허밍, 그 남자의 쓸쓸한 시선과 휘파람 소리 그리고 길게 울리던 클랙슨까지. 그들이 쌓아 올린 사계의 낭만은 5년의 세월을 지나 현실을 마주한다. 그 씁쓸함을 마주한 영화가 선택한 정서는 다시, 달콤함이다.


극의 마지막, 오직 두 사람만의 순간으로 일궈낸 모든 낭만을 하늘 높이 쏘아 올린다. 이는 씁쓸한 현실에도 달콤한 미소를 짓게 하는 영화와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글_ 최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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