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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일영감 Mar 17. 2016

느리고 긴 호흡, 영화 <자객 섭은낭>

#39 일일영감의 잡담


오늘 일일영감의 잡담에서는 지난 2월 국내 개봉했던 <자객 섭은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자객 섭은낭>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자객 섭은낭 (2015, 허우 샤오시엔)

<자객 섭은낭>에서 3분이 넘는 롱테이크가 가능한 이유는 그 장관이 무대 위 미쟝센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이 야외로 넘어갈 때 연극은 일종의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무대라는 한정된 장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허우 샤오시엔은 중국과 내몽골의 고지대를 찾아다니면서 말그대로 관객이 스크린을 매개로 공간 안에 놓여지는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관객 입장에서의 공간적 체험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체험은 이 영화 나름의 느리고 긴 호흡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셈이다. <자객 섭은낭>에서 인물들은 운동과 정지 사이의 미동 정도를 유지한 채 가끔 대사를 치는 수준에서 매우 빈번하게 화면 앞에서 숨을 쉰다. 허우 샤오시엔은 이 다분히 주도적인 선택으로 관객을 원하는 수준으로 이완시킨다. <그래비티>의 엔딩에서 산들라 블록이 마침내 들숨을 쉴 때 극장 속 관객마저 참고 있던 호흡을 마저 쉬게 되는 건 영화가 그런 종류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당신이 느려지거나, 또는 늘어지는 체험이 필요하다면 나는 <자객 섭은낭>을 보여주고 싶다.

글_ 정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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