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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일영감 Apr 07. 2016

이별에 대한 초월 혹은 마취

#49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늘 일일영감의 잡담에서는 지난 3월 국내 재개봉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이누도 잇신)



츠네오는 결국에 도망쳤다고 말한다. 조제의 하반신 마비라는 신체적 상태와 츠네오의 감출 수 없는 바람기로 인하여, 또 다시 거기에 더해진 손님과 접대원이라는 섹스의 비대칭적 관계로 인하여 둘 사이의 여정은 실은 예견된 결말로 견인 되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제와 츠네오의 이별이 그렇게 한마디 내레이션을 통해서 간편하게 표현됐을까? 그러나 대성통곡하는 츠네오에 비하여 조제는 이상스레 이별을 초월한 듯 편안해 보인다. 그것이 그녀의 노모가 계속해서 주입시켜 온 비관론적 분수론에 입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제의 이별에 대한 무딤이 마치 타의에 의하여 영원히 마취된 것처럼도 보인다.


츠네오가 차를 끌고 조제와 함께 바닷가와 동물원과 수족관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배와 항구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를 다소나마 역전시켜보려는 노력으로도 보이는데 결말부에 조제가 마침내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이동의 특권을 누리게 되는 모습은 둘 사이의 예견됐던 이별이 결국에 견인된 것이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무의미한 충돌은 아니었다고 다짐하듯 말하는 듯하다.


글_ 정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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