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새싹

이른 위로

by 어느좋은날
128-이른 위로.jpg







아이가 길을 가다 넘어집니다

부드러운 흙 길에 살짝 넘어진 터라

그리 아프지도.. 다친 곳도 없습니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흙을 털고 일어나려는데..

몇 발자국 앞서 가던 아이의 엄마가 뒤를 돌아 봅니다

넘어진 아이를 본 엄마는..

아이에게 달려와.. 다친 곳은 없는지.. 놀라지는 않았는지를 살피며

아이를 다독입니다

엄마의 다독임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위로를 주고 받습니다

그런 위로들로 말미암아 많은 넘어짐들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고.. 누군가를 일으켜 주기도 합니다


하여.. 세상의 모든 위로는 따뜻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위로도 있다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크지 않게 마음이 넘어지는 일이 있었고..

대수롭지 않다 여기며 훌훌 털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짐을 목격한 이들의

위로가.. 다독임이.. 여기저기서 건네졌고..

그로 인해..

대수롭지 않던 마음이.. 대수로워지고..

훌훌 털기만 해도 됐을 가벼웠던 마음이..

위로가 더해질수록 무거워졌습니다


엄마의 다독임 후에 울음을 터트린 아이처럼 말이죠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이른 위로가.. 도리어 더 큰 넘어짐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따뜻함이 필요하지 않을 때의 따뜻함은..

오히려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던 마음이..

이른 위로들로 인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 마음으로..

변해가던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며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때의 위로라는 것을..

keyword
어느좋은날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529
매거진의 이전글후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