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새싹

희망의 이면

by 어느좋은날
140-희망의 이면.jpg







에피메테우스의 저택에는 항아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에피메테우스의 부인이었던 판도라는 그 안을 확인해보고 싶었고

끝내 항아리를 살짝 열어보고 말았습니다

열려버린 항아리의 틈에서는..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같은

수많은 해악이 한꺼번에 새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습니다


판도라는 허둥대며 항아리를 닫아 보았지만..

항아리 속 모든 해악은 새어 나오고 난 뒤였습니다


항아리 가장 안쪽에 들어 있었던 희망을 제외하고는..



판도라의 항아리 가장 아래에는 희망이 놓여 있었다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보편적으로.. 밝고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 희망이라는 감정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 뒤에 놓인 희망의 이면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희망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나

어느 정도를 넘어선 희망은 멈춰 서서 기적을 바라게 하고

그 모습이 그려지는 구체적인 희망은 내디딜 길을 비춰 주나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맹목적인 희망은 너무 먼 곳을 비춰 헤매이게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까워지는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해주나

시간이 지남에도 가까워지지 않는 희망은 허망함만을 남겨 놓지 않는가.. 하고요..


희망이라 하여 모든 순간에 밝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희망이라 하여 모든 순간에 밝았다면 누구나 품고 살았겠지요


희망의 어떤 모습을 보고 품을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일 것입니다


다만.. 내가 보는 모습이 본래의 모습인지..

그 모습의 이면에 내가 보지 못한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희망도..

그 이면의 모습 탓에.. 판도라의 항아리 안에 담긴 것일지도 모르기에..

keyword
어느좋은날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529
매거진의 이전글여우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