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의 처음은..
이랬습니다
모든 것이 비춰 보일 만큼 투명했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고
누르면 누르는 만큼 움푹 들어갔다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올 정도로
참 부드럽고 말랑말랑 했습니다
그랬던 마음이 비를 맞습니다
누군가가 마음의 일부를 가져가 돌려주지 않습니다
처음이라 더 아팠던 비가 그치자
또 다른 비가 내립니다
할퀴어지거나..
생채기가 생겨..
반창고가 늘어가면서..
투명하고도 깨끗했으며
부드럽게 말랑거리던
이 마음의
처음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건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라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은 더 단단해지고
우리 마음도
아픔을 겪고 나면
작은 아픔들에는 조금은 무뎌지어
아파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맞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비와 아픔이..
굳어짐과 무뎌짐이..
너무 많이 반복되다 보면
끝내는.. 결국에는..
비와 아픔마저
스며들지 못 할 만큼
굳어지고 무뎌지다 못해 딱딱해져 버린
마음을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이 됩니다
처음 모습의 마음은 아니더라도..
한 켠의 패인 자욱과..
옅어져 가는 생채기의 흔적이 남아 있더라도..
이따금씩 내리는 비는 스며들 수 있는
말랑말랑함이 사라지지는 않도록..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너무 자주 내리는 것 같은 이 비는..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