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하는 옷이 있습니다
옷장을 열어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손이 가고 마는 그런 옷이요
좋아하는 만큼 즐겨 입다 보니 옷도 힘이 들었나 봅니다
어느 날 보니 소매의 색도 바래있고
군데군데가 해어져 실도 풀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옷은 버리지를 못하겠습니다
바랜 곳은 바랜 대로.. 해어진 곳은 해어진 대로..
그렇게 계속 좋아하겠지요
예전만큼 자주 입지는 못하겠지만..
참 좋아하던 무언가와 헤어지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흐르는 시간과 어루만지는 손길에 의해 해어지기 마련입니다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의 감정 역시
해어짐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던 감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어지고..
그 해어짐을 기워내지 못하면 헤어짐에 이르고 마니까요
헤어진 후에는
사랑이 남기고 간 이별이란 감정에 휩싸여
다시는 사랑을 느끼지 못할 것처럼 한참을 슬퍼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이별에.. 슬픔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러한 감정들 역시도 서서히 해어져가기 시작하고
알게 모르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겨울이 녹듯..
지나간 사랑도.. 그 사랑이 남긴 흔적도 녹아
새로운 사랑을..
언제 다시 아플지 모르는 사랑을..
알면서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어느새..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 겨울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따스한 봄바람에..
겨울의 차가움이 해어져가듯..
아직은 시린..
지난 사랑과의 헤어짐도..
이제는 해어져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