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부분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상대방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가끔은 만나고 싶은 상대 앞에 약속을 하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먼저 다가가 기다려서인지..
아무런 말도 없이 나타나서인지..
저와 만나는 상대방의 대부분은
화를 내거나 슬픈 얼굴을 하고서는 굳게 다문 입술을 열지 않습니다
그런 저를..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한마디 말조차 꺼내기도 어려운 먹먹함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여러 날의 눈물들과
아직 해주지 못한 말과 행동들의 생각남으로 인한 아쉬움들을
건네주기 위해 다가오는 것 같다고..
사실 저는..
많은 말들로 상대의 마음 먼저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추스른 덤덤한 제 모습과
다음 만남까지 기약 없는 여러 날이 존재하더라도..
웃으며 다시 볼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어린 말과
늘 힘이 되어주어 고마웠다는 마음을
건네보기 위해 다가간 것인데 말이죠..
아직..
마주 앉은 이의 굳게 다문 입술이 열리지 않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이렇게 헤어져야 하려나 봅니다
언젠가 이 덤덤한 척 하는 모습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겠습니다
늘 당신의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이르게 나타나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제 이름은 이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