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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물먹은 솜

by 어느좋은날
151-물먹은 솜.jpg








솜이 있습니다

깃털처럼 가볍고 보는 것만으로도 뽀송뽀송함이 느껴지는 그런 솜입니다

그랬던 솜 위에 누군가 물을 끼얹습니다

그 물을 피하려다 도리어 물이 고인 웅덩이에 빠집니다


타의로.. 자의로..

물을 한껏 머금은 솜은..

더 이상 가볍지도.. 더 이상 뽀송뽀송 하지도.. 않습니다


가벼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듯이..

뽀송뽀송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이..

물을 먹은 채로.. 축 늘어져..

자신이 흘리는 눈물인양 머금은 물을 조금씩 조금씩 흘려내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웠던 마음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슬픔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질 때가..


살짝 스며든 슬픔을.. 알아서 마르겠지 하고 내버려두었다가

아직 마르지 않은 마음에 다른 슬픔들이 스며들어

끝내.. 스스로 마르지 못할 만큼 젖어버릴 때가..


한껏 스며든 슬픔을..

어서 털어버리고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고..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미 너무 젖어 무거워진 이 마음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의 물기는.. 슬픔은.. 얼추 덜어지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젖기 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려놓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따사로운 햇살이 짠- 하고 어디선가 나타나

내리쬐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먹은 솜을..

젖어버린 마음을..

말끔히 말려줄 수 있도록..


그런 때가..

그런 날이..

그런 햇살이..

내일은 찾아오기를 바라며..


오늘은 흐르는 시간에.. 슬픔 먹은 마음을 맡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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