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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두 사랑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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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잎이 유난히 크게 자란 두 종류의 풀이 피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쪽의 잎이 큰 이 두 개의 풀들은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도

자신의 모습만을 뽐내느라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둘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 때문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친구가 나처럼 오른쪽 잎이 컸더라면 좋았을 텐데..

저 친구가 나처럼 왼쪽 잎이 컸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서로 자신의 모습과 같았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만을 품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뒤돌아서기만 하면 결국 같은 모습이라는 걸 모르는 채..



당신과 나는 다릅니다

생김새도.. 지나온 길도.. 꿈꾸던 미래도..

그래서 각자가 지닌 사랑의 모습 역시도 다릅니다


하지만..

그런 다른 모습의 사랑이.. 하나의 사랑이 되려 할 때..

그 다름은 크게 생각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사랑이 참된 모습인양.. 그 모습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 하고는 합니다

그러다 조금씩 어긋나게 되고..

어긋난 틈 사이로 들어오는 상대의 말과 행동들은..

때로..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상처를 잊고자..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자..

앞으로의 상처는 함께 받고.. 함께 이겨내고자..

시작한 두 사랑의 하나됨이..

처음부터 어긋난 채 시작된다면..

그 사랑은 오래거나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요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기에..

사랑 또한..

나와는 다른 당신을 사랑한 것이지..

나와는 틀린 당신을 사랑한 것은 아니기에..

나와는 조금 다른 당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다 보면

보다 오래고 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지니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과 나는 여전히 다릅니다

생김새도.. 지나온 길도.. 각자가 지닌 사랑의 모습도..

어쩌면.. 우리가 조금씩 다른 이유는..

하나하나 조금씩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맞추어가며

불완전한 두 사랑에서..

완전한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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