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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큐피드의 화살

by 어느좋은날
158-큐피드의 화살.jpg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therefore iswing'd Cupid painted blind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래서 날개 달린 사랑의 천사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져 있는 거야


- 희곡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눈을 감고 쏘아 올린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집니다

눈을 감고 쏜 화살을 맞아서인지 상대에게 눈이 멀어

상대는 물론 세상까지 아름답게 보이도록 합니다

신비로운 마법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마법은 생각보다 오래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아름답던 세상이 이전과 같이 평범해지기 시작하고

흠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상대에게서 하나 둘.. 흠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큐피드 화살의 마법이 풀리면서..

상대에게 멀었던 눈이 뜨이나 봅니다


뜨인 눈으로도 상대를 계속 사랑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그 마법이 거의 다 풀려갈 즈음엔..

멀었던 눈이 거의 다 뜨여갈 즈음엔..

아름답지 않게 끝나버린 사랑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기에..

내가 알던 사랑과 겪어 본 사랑은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에 빠진 것도..

그 사랑에 눈이 먼 것도..

멀었던 눈을 뜨게 한 것도..

모두 내가 자처한 일임을 깨달았음에도

괜스레 큐피드의 화살에 투정을 한 번 부려 봅니다


다음 화살은.. 눈을 감지 말고 쏘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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