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창문에 옅은 김이 서려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옅게 서린 김 위에 손가락으로 몇 글자 끄적거려 봅니다
희미한 듯 선명하게 새겨진 글자들이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보지만
비가 그치고.. 햇살이 스며들자..
옅게 서렸던 김과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흔적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 합니다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던 것들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쉬움만을 남겨 놓고
보기 싫어 남김 없이 지우고 버렸다 싶은 것들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때에.. 불쑥 나타난 흔적들로
잔잔한 마음을 일렁이게 해놓습니다
기억하고 싶던 추억들이..
마음을 처음 훔쳐갔던 첫사랑의 이름이..
존재만으로도 포근해졌던 어머니의 냄새가..
희미해져 감이 아쉽고..
잊었다.. 생각했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르거나..
다 버렸다 여긴 지난 사랑의 흔적들이 나타난다면..
잘 추슬러 놓았던 마음은 아프게 요동칩니다
좋아했던 것들의 추억놀이에 너무 젖어 살지는 말라는 것인지..
아파했던 것들로 이제는 더 아파하지 않는지를 시험해 보려는 것인지..
흔적이 가져다 준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해 보지만..
역시나..
흔적은.. 참 아이러니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