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미움이란 나무입니다
미움을 먹고 자라는 이 나무는..
어느새 훌쩍 자라..
마음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베어 버려야..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나무와 마주하게 될 때면..
받았던 상처들을 잊기 싫은 마음에
애꿎은 나무 기둥에 도끼질을 해가며
그 때의 상처를.. 그 때의 아픔을..
되새기고는 합니다
그렇게.. 되새기고 되새기다 보니
나무 기둥은 서서히 갈라져 갔고..
갈라진 틈이 벌어지고 벌어지다..
끝내..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나무는..
봄볕에 눈 녹듯 사라져 갑니다
큰 자리를 차지했던 나무가 사라지고 나니
괜스레 휑한 마음이 듭니다
미움과 너무 오랜 시간을 지낸 탓이겠지요..
이제.. 나무가 서있던 자리에 더 이상의 미움은 없습니다
대신.. 나무가 남기고 간 용서의 밑동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습니다
미운 누군가를..
미운 무언가를..
단번에 용서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픈 만큼 미워하고
아문 만큼 또 미워하다 보면..
미움도 닳고 닳아 마침내는 용서할 수 있겠지요
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건..
무언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건..
당장은.. 지금은.. 아니라 하더라도..
미운 누군가를..
미운 무언가를..
용서해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움의 여정..
그 마지막은.. 용서입니다
You only have to forgive once
To resent, you have to do it all day, every day
증오는 매일 매일 되뇌여야 하지만
용서는 한 번이면 된다
- 영화'파도가 지나간 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