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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미움의 여정

by 어느좋은날
161-미움의 여정.jpg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미움이란 나무입니다


미움을 먹고 자라는 이 나무는..

어느새 훌쩍 자라..

마음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베어 버려야..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나무와 마주하게 될 때면..

받았던 상처들을 잊기 싫은 마음에

애꿎은 나무 기둥에 도끼질을 해가며

그 때의 상처를.. 그 때의 아픔을..

되새기고는 합니다


그렇게.. 되새기고 되새기다 보니

나무 기둥은 서서히 갈라져 갔고..

갈라진 틈이 벌어지고 벌어지다..

끝내..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나무는..

봄볕에 눈 녹듯 사라져 갑니다

큰 자리를 차지했던 나무가 사라지고 나니

괜스레 휑한 마음이 듭니다

미움과 너무 오랜 시간을 지낸 탓이겠지요..


이제.. 나무가 서있던 자리에 더 이상의 미움은 없습니다

대신.. 나무가 남기고 간 용서의 밑동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습니다



미운 누군가를..

미운 무언가를..

단번에 용서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픈 만큼 미워하고

아문 만큼 또 미워하다 보면..

미움도 닳고 닳아 마침내는 용서할 수 있겠지요


어쩌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건..

무언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건..

당장은.. 지금은.. 아니라 하더라도..

미운 누군가를..

미운 무언가를..

용서해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움의 여정..

그 마지막은.. 용서입니다



You only have to forgive once
To resent, you have to do it all day, every day

증오는 매일 매일 되뇌여야 하지만

용서는 한 번이면 된다


- 영화'파도가 지나간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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