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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신발끈은 없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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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버클리대의 기계공학 연구진이 신발끈이 풀리는 원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신발끈 매듭이 발을 땅에 내디딜 때 한번 느슨해진다는 점을 포착했고

발이 땅을 박차는 순간 신발끈 매듭에는 중력의 7배가 넘는 힘이 전달됨을 알아냈습니다
힘이 한쪽으로 작용하면 반대 방향으로 같은 힘이 작용하는데

땅을 박찰 때 발생한 힘이 신발끈에 가해져 매듭을 헐겁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앞 뒤로 움직이는 다리 동작도 매듭에 힘을 전달했는데..
'관성의 법칙'에 따라 다리가 앞으로 향할 때 신발 매듭에는 뒤쪽 방향 힘이..

다리가 뒤쪽으로 갈 때 매듭에는 앞쪽으로 힘이 가해져

마치 손으로 신발끈 매듭을 풀 때처럼..

끈의 끝 부분을 잡아당기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하는 이런 힘들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매듭을 느슨하게 만들고 가장자리가 잡아 당겨지면서 신발끈이 풀리게 되고..

결국 풀리지 않는 신발끈은 없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멀고 오랜 길을 나서기 전..

우리는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는 합니다

피하기는 어려운듯한.. 멀고 오랜 이 길을..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죠


하지만.. 걷다 보면..

처음의 마음과는 다른.. 처음의 길과는 다른..

슬픔의 오르막길도.. 절망의 내리막길도.. 만나게 되면서..

길을 나서기 전..

다잡았던 의지도.. 조여 맸던 신발끈도..

서서히 풀려갑니다


사실..

걷다 보면.. 신발끈이 풀리는 것도..

살다 보면..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 번의 풀어짐에.. 한 번의 맞닥뜨림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과한 실망이나 자책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풀어지고 느슨해졌다면..

남아 있는 길을 위해..

앞으로 그 길을 걸어가야 할 자신을 위해..

풀어진 곳은 다시 묶고.. 느슨해진 곳은 다시 다잡는..

기회로 삼아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함에도 말이죠



어떤 방법으로 묶었든..

얼마나 단단히 묶었든..

누가 묶었든.. 누구에게 묶여있든..


걷다 보면.. 풀리지 않는 신발끈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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