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이 있습니다
비록..
혼자서는 잘 쓰이지도..
딱히 쓸만한 곳도.. 없는
나약하고 연약한 새끼손가락이지만
약속 앞에서 만큼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언어나 문화가 다르더라도
그 다름에 상관없이 약속을 할 때에는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고는 하니까요
하지만.. 나약하고 연약한 새끼손가락으로 해서인지..
약속은.. 그만큼 쉬이 깨지기도.. 지켜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약속의 어그러짐에 뒤따라오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는 변명들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서운하지 않은 척하며 넘어가고는 했고..
그걸로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쉬이 깨지고.. 지켜지지 않는..
허울뿐인 약속들에 치이다 보니
약속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약하고 연약한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하는 이유는
쉬이 깨지기 위함도.. 지켜지지 않기 위함도.. 아닌..
가장 약한 손가락을 마주 걸음으로써
서로의 약한 부분을 맞대어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자는 의미가 아닐까 하고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이 깨지지 않고 지켜졌을 때..
나의 마음을 들어 건네고..
당신의 마음을 건네 받아 들 수 있는..
어느 손가락보다도 든든한 손가락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나와 당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합니다
혼자서는 잘 쓰이지도..
딱히 쓸만한 곳도.. 없는
나약하고 연약한 새끼손가락이지만
나와 당신의 새끼손가락이 마주 걸어질 때..
어느 손가락보다도 든든한 손가락이 될 수 있기에..
그래서..
약속은 새끼손가락으로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