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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닻과 닻줄

by 어느좋은날
187-닻과 닻줄.jpg








닻이 하나 있습니다

이 닻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배가 드넓은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에 달린 닻줄도 있습니다

이 닻줄은 닻만큼 듬직한 무게와 튼튼한 엮임으로

바다의 얄궂은 너울과 풍랑의 저울질에도

배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해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세상이란 바다에 많은 닻을 내리곤 합니다


크고 작은 꿈들과

가깝고 먼 목표들

그리고

익숙하거나 낯선 누군가와의 사이에서 생기는 인연이라는

닻을 내려 놓습니다


무겁고 튼튼한 닻을 내려놓기만 하면

어떤 흔들림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려놓은 닻과 잘 이어져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말이죠


하지만

살다 보니..

세상이란 바다를 항해하다 보니..

무겁고 튼튼한 닻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닻만을 믿고

그에 달린 줄을 너무 곧고 팽팽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가는

바다의 얄궂은 저울질에 닻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걸

겪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내가 내려둔 닻을 잃지 않으려면

닻줄 역시 닻만큼 튼튼해야 한다는 걸

늘 존재하는 너울과 간혹 밀려오는 험난한 풍랑을 흘려 보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느슨함이 필요하다는 걸

겪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꿈을.. 목표를.. 인연을..

느슨하게 놓아두면

혹시라도 놓쳐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그로 향하는 줄을

더 곧고 팽팽하게 당겨가며 살았나 봅니다


내려놓은 닻들과

잠시 멀어지더라도.. 조금 떨어지더라도..

내려놓은 닻을 잃지 않기 위해

때로는 멀어질 필요도.. 가끔은 떨어질 필요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잠시 잠잠해진 바다 위에서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란 바다의 얄궂은 너울과 풍랑의 저울질 속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무겁고 튼튼한 닻의 존재가 참 중요하지만

그 닻과 나를 이어주는 닻줄 역시 닻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꿈과 목표를 이루어냄과 인연을 지켜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임을..

새삼 다시 생각해보며


곧고 팽팽하게 내려져 있던

닻의 닻줄을 느슨히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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