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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

by 어느좋은날
186-굴러온 돌.jpg








작은돌멩이가 있습니다

고운 모래밭에 살던 작은돌멩이는

자신과 같은 돌멩이들이 모여있다는 곳이 있다는 얘길 듣고

그 곳으로 열심히 몸을 굴렸습니다


열심히 굴러 도착한 돌멩이 밭에는

정말 자신과 비슷한 돌멩이들이 모여 있었고

아는 돌멩이 하나 없는 낯선 그 곳이 참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작은돌멩이는 빨리 그 돌멩이 무리에 어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껏 웃는 모습으로 무리를 향해 다시 몸을 굴렸습니다


하지만..

낯선 흙 내음을 풍기는 작은돌멩이에게 무리의 돌멩이들은 곁을 주지 않았고

그런 차가운 환대에 작은돌멩이는 마음마저 돌이 되어가는 듯 느껴졌습니다


어울리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오늘은 하나의 돌멩이라도 곁을 내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느 날처럼 무리를 향해 몸을 굴리던 어느 날..

굳어가는 마음 탓인지 구르던 몸이 잠시 삐끗했고

그만.. 무리에 자리하고 있던 묵직한 돌에 부딪혀 버렸습니다


부딪힘의 충격으로 무리에 자리하고 있던 묵직한 돌이 옆으로 조금 움직였고

그 모습을 본 돌멩이 밭의 돌멩이들이 작은돌멩이를 보며 수군거렸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고요


의도하지 않은 부딪힘이

더 의도하지 않은 이목을 끌어냈고

그제서야 돌멩이 밭의 돌멩이들은

작은돌멩이에게 하나 둘 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돌멩이 밭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더 이상의 구를 필요가 없어진 자리에서 작은돌멩이는 생각합니다


자신은 새로 굴러오는 돌멩이들에게는 그러지 않겠다고..

자신은 누구에게나 곁을 열어두겠다고..

자신이 겪었던 마음마저 돌이 되어가는 기분을 들도록 두지는 않겠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곁을 조금만 내어주면

낯선 곳에 어울리기가.. 녹아 들기가.. 보다 수월해질텐데..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곁을 내어주기까지 한참을 망설입니다


처음 보는 이이기에.. 어떤 이일는지 모르기에..

어느 정도의 망설이는 시간을 당연히 가질 필요는 있겠지만

그 망설임에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가지는..

우리 역시..

어딘가에서 지금의 자리로 굴러왔고

언젠가는 지금의 자리를 떠나 새로이 굴러가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물며..

돌멩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구르지는 않을 우리네 인생이기에..

낯선 이를 위한 오랜 망설임을 가지기 전에

우리 역시..

언젠가는.. 어딘가에서는..

굴러온 돌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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