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엄마는 밥을 오래 먹는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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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밥상이 차려집니다

식구들이 하나 둘 모여 앉고,

연장자의 첫 숟갈로 식사가 시작됩니다


집밥 특유의 익숙하지만 물리지는 않는 신기한 맛들이

입안을 채워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걱-우걱, 오물-오물 소리를 뚫고 그 외의 소리들이 던져집니다


여보, 국 좀~

엄마, 물 좀~

엄마~ 라면 하나만 끓여 먹자~


국과 물이 밥상에 차례대로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라면까지 다 비워집니다


그렇게 모두의 식사가 끝난 무렵,

아직 비워지지 않은 밥그릇이 보입니다


밥상에서 가장 오래된 단골인 남편의 국 더 달라는 말에,

먹는 모습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자식들의 찬 투정과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앉은 자리를 숟가락보다 더 많이 들썩이느라

식구들이 밥그릇을 다 비워내는데도 아직 비워지지 않은 밥그릇이요


식어서 굳어진 밥에 물을 말아

얼마 남지 않은 반찬들을 하나 하나 비워내는

엄마의 밥그릇이요



오늘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밥상이 차려집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이 수저를 바삐 놀리지는 않습니다

이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제서야 알아차림에 괜스레 뭉클해졌던

엄마의 밥상에서 엄마의 밥 벗이 되어보기 위해..


엄마는 밥을 오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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