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혹은 생각을 위해
거닐기 참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울긋불긋하던 가을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가을 위로 겨울을 불러옵니다
따스했던 봄날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벚꽃이 참 예쁘던 날씨에 한바탕 비가 내리더니
떨어진 벚꽃 위로 여름을 불러왔습니다
좋은 날에 내린 비가 괜스레 방해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는 그저 예정된 다음 계절을 재촉했을 뿐입니다
가끔 우리가 흘리는 눈물도 그런 것 같습니다
봄이나 가을에 비유해보는 기쁨의 순간들을
짧게 맺히는 눈물이 그 들뜸을 가라앉혀 주고
여름이나 겨울에 빗대어보는 시련의 순간들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그 슬픔을 다독여 주니까요
지금 떨어지는 눈물이
조금은 생뚱맞게도.. 조금은 처량하게도..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눈물이 다시금 우리의 일상을 불러와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살아가야 할 평범한 내일이 기다린다는 걸 일러주었는지도 모릅니다
비가 내립니다
다음 계절을 재촉하는..
어쩌면 처져있는 내 마음을 다독이는..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