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엄마와 계단

by 어느좋은날
254-엄마와 계단.jpg








아들 여기 잠깐만 있어

엄마 여기 2층에 좀 금방 갔다 올게


그렇게 말을 하고 엄마는 잰걸음으로 걸어가

계단 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계단 옆 난간을 꼭 쥔 채로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모습으로 계단을 올랐습니다


분명 오래지 않은 기억 속의 엄마는

난간 없이도 계단을 잘 오르고 내려왔던 것 같은데

뜻하지 않게 마주한 계단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은

잠깐 동안 마음이 저릴 만큼 쓸쓸하고 약해 보였습니다


분명 오래 전에는 한 손으로 아이 한 명을 안고도

다른 손으로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의 손을 잡고서

거뜬히 올랐던 계단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괜찮냐 여쭈어 보면 늙어서 그렇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날 걱정하는 말이 되어 돌아왔기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늙음이란 세월의 흐름 안에는

자식들 뒷바라지와 자식들 걱정이 먼저여서

정작 자신은 덜 돌보았을 젊었던 엄마의 모습이 뻔히 그려졌기에

한 번 더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그 때의 자식들이 다 자라서 그 때의 엄마 나이쯤이 된 지금,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와

으레 잘 지내고 계시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다음에 전화해야지 하고 또 미루게 되는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어렵다는 생각 없이 오르고 내렸을 계단이

유난히도 높게 느껴지는 지친 하루의 끝에서

문득,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던 엄마의 뒷모습이 아른거립니다


그리고 그 아른거림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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