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여기 잠깐만 있어
엄마 여기 2층에 좀 금방 갔다 올게
그렇게 말을 하고 엄마는 잰걸음으로 걸어가
계단 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계단 옆 난간을 꼭 쥔 채로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모습으로 계단을 올랐습니다
분명 오래지 않은 기억 속의 엄마는
난간 없이도 계단을 잘 오르고 내려왔던 것 같은데
뜻하지 않게 마주한 계단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은
잠깐 동안 마음이 저릴 만큼 쓸쓸하고 약해 보였습니다
분명 오래 전에는 한 손으로 아이 한 명을 안고도
다른 손으로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의 손을 잡고서
거뜬히 올랐던 계단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괜찮냐고 여쭈어 보면 늙어서 그렇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날 걱정하는 말이 되어 돌아왔기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늙음이란 세월의 흐름 안에는
자식들 뒷바라지와 자식들 걱정이 먼저여서
정작 자신은 덜 돌보았을 젊었던 엄마의 모습이 뻔히 그려졌기에
한 번 더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그 때의 자식들이 다 자라서 그 때의 엄마 나이쯤이 된 지금,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와
으레 잘 지내고 계시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다음에 전화해야지 하고 또 미루게 되는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어렵다는 생각 없이 오르고 내렸을 계단이
유난히도 높게 느껴지는 지친 하루의 끝에서
문득,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던 엄마의 뒷모습이 아른거립니다
그리고 그 아른거림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봅니다